프로 오지라퍼(Pro-Oziraper)의 세계
한 사람이 평생 쓰는 말, 단어, 문장은 사실 한정적이다.
현재 내가 쓰는 말과 문장이 나의 세계관을 대변하고 있고, 각자의 세계관은 크기, 모양, 색깔, 맛, 느낌, 분위기 등 다 각양각색이다. 만약 나의 세계관이 작고 평이해서 단순하다 느낀다면 필요에 따라 넓힐 필요가 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독서일 수 있고, 음악, 그림, 조각, 영화, 드라마 일 수도 있다. 직접 전시회나 공연장을 찾아 작가들의 예술 작품을 눈으로 감상하며 경험할 수 있고, 영화관, TV, OTT 서비스, 유튜브 등을 통해 극(劇) 작품을 접할 수도 있다. 직접이든 간접이든 보고 느끼는 기회를 자주 갖다 보면 생각하게 된다.
아, 이런 사람들과 세계가 있구나...
깨닫는 순간 내 세계관에 또 다른 세계가 교차하고 겹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다 알게 된다. 내가 어느새 정신적인 성장과 확장을 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내가 쓰는 말과 문장도 늘어나 있고 더욱 풍부하고 다양한 시각을 얻게 된다. 이 모든 것들은 알고 보면, 호기심과 관심, 애정을 가지고 보기 시작하면서 일어나는 기적이다.
작가는 궁금한 게 많아서 질문을 자주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길을 걷다가 호기심이 발동해서 낯선 사람에게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잠시동안 어색한 낯가림만 극복한다면 내 세계관을 넓힐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요즘 나는 '얼굴에 철판 깔기'에 도전하고 있다. 시골 마을은 자기 집 앞 구석진 아주 작은 땅이라도 허투루 놀리는 법이 없다. 누군가 자기 집 마당 텃밭에 앉아 뭔가 심거나 수확하느라 땅을 열심히 파고 있을 때, 가던 길을 멈추고 어색한 웃음이라도 보이며 '뭐 하시냐'라고 묻는다. 처음엔 웬 이상한 사람인가, 싶어 경계의 눈빛을 보이다가도 금방 무슨 대답을 할까 고민하신다. 유난히 극심한 내향형이 아니라면 대부분 생각보다 꽤 정성스럽게 답을 한다. 얘길 듣다 보면 개중에 쓸만한 농사 노하우와 꿀팁(?)까지 얻기도 한다. 처음 보는 작물이라면 직접 재배해 볼까 하는 도전 의식도 불끈 솟는다.
나물을 뜯어 마당에서 다듬고 있으면 누군가 내 옆에 붙어 앉아 뭐라 수군댄다. 누구 집에서 어떤 이가 아, 글쎄 그랬다더라. 이웃집 숟가락 개수까지 안다는 조용한 농촌 마을에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진다. 직접 보지 않아도 훤하게 꿴다는 말, 무섭지만 사실이다. 관심과 애정을 넘어 오지랖의 세계이다. 서로의 사생활을 철저하게 지키는 게 미덕인 대도시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그 무리 안에서 같이 생활하다 보니 나도 아마추어 오지라퍼가 된다. 그렇게 떠들다가 이야기의 세계관은 처음 화제에 오른 인물의 친구의 아들, 딸이 사는 지방 도시로 넘어간다. 주요 인물과 사건, 비하인드 스토리, 자체 평가까지 끝내야 만족스럽다.
알고 보니
프로 오지라퍼(Pro-Oziraper)의 세계는
이야깃거리가 정말 무궁무진하다.
자, 이야기를 입으로, 귀로 즐기고 나면 그냥 흘려보내는가. 그럴 리가. 나름 흥미진진하고 괜찮은 이야기는 적당한 선에서 창작 소재로 이용해 먹기 딱 좋다. 최대한 머릿속으로 기억해 둔다.
내가 사는 공간과 시간, 경험은 한정적이다.
가장 잘 알고, 잘하는 것에 대해 쓰는 게 제일 좋긴 하지만,
언젠가 그마저 글로 다 쓰고 나면?
호기심은 관심과 애정에서 비롯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싱긋 웃으며 다가가 모래알 속에서 진주를 찾아내듯이, 인터뷰어가 인터뷰이를 만나는 것처럼 이야기를 끌어낸다.
시골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가면, 읍내 장날 산 물건을 한가득 들고 있는 할머니들이 여럿 앉아 계신다. 하루에 시골 버스 운행하는 대수가 적은 탓에 대기 시간이 상당히 길다. 할머니들이 서로의 쇼핑 목록을 살핀 후, 심심하신 지 온갖 이야기보따리를 푸신다. 영감님 얘기, 자식 얘기, 이웃집 할머니와 그 아들 얘기...... 듣다 보니 참 재밌네. 아따, 할머니들 입담이 좋네...... 그러다 결국 호기심이 발동해서 말을 건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할매, 차 오기 전에 얼른 얘기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