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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명 이영주 Apr 28. 2019

안경테

땜장이 아저씨


중학교 2학년 때인가 처음 안경을 끼게 되었다. 학교에서 안경테가 특히 다리가 자주 부러졌다. 학교 앞 시장통 버스 정류장 앞 조그만 라디오 고치는 집에서 납땜으로 붙여쓰기 일쑤였다. 땜장이 아저씨는 부러진 안경다리를 적당히 이은 뒤 송진을 칠하고 권총처럼 생긴 전기인두로 납을 녹여 붙였다. 호오 하고 입김을 불어 뜨거운 납을 식히면 당분간 그런대로 쓰고 다닐만했다. 그래 봤자 라디오용 납땜이 오래 버틸리는 만무했다. 때로는 코받침이 부러졌고 때로는 안경알을 붙잡아 주는 동그란 테가 끊어졌다. 뿔 테 안경이 부러지면 속수무책이었다. 내 6년 중고등학교 세월 동안 적어도 열 번 넘게 내 안경을 때워준 아저씨는 늘 한 사람이었다. 대학교에 들어간 뒤로는 안경테가 부러지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어느 사이엔가 가게와 가게 사이에 자리 잡았던 그 라디오 수 집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더 이상 라디오를 땜질하러 오는 손님이 없어서였을까? 웃시장이 서는 날 어머니와 나는 오랜만에 장을 보러 간 적이 있다. 시장 이름도 그대로였고 시장 어귀의 개고기 집도 여전했다. 하지만 농협 옆구리 오목한 자리에 움푹 들어간 듯 반지하 집으로 간판도 변변히 없이 유리문 하나가 전부였던 그 집은 슬그머니 지워진 채 흔적이 없었다.

소형 전기 인두


나중에 나는 무슨 이유에선가 작은 전기인두를 하나 사게 되었다. 전기를 꼽고 잠깐 기다리면 인두 끝에서 뽀얀 연기가 나기 시작하고 송진 타는 냄새가 난다. 조심스레 납땜용 납을 인두 끝에 갖다 대면 어느 순간 납은 물방울처럼 동그랗게 인두 끝에 달라붙어 반짝거린다. 가느다란 전선 다발 끝에 이 납 물을 묻히면 금세 구리선 다발에 스며들어 굳는다. 납땜 아저씨는 동그란 금테 안경 너머로 땀을 흘리며 이 순간을 엄숙하게 의식처럼 치러내곤 했다. 그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지 삼십 년쯤 지났다. 아직 어디선가 납땜을 하고 있을까?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웃시장을 지날 때마다 그 사람 생각이 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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