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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명 이영주 Nov 14. 2018

목공소

영이와 쥐잡기

국민학교에 입학하기 직전 새집을 지어 이사할 때까지 나는 아버지가 근무하시던 전문학교 관사에서 살았다. 같은 관사에 살던 직원 아저씨의 아들 영이와 나는 친하게 지냈다. 아저씨는 목수일을 하셨는데 우리는 가끔 아저씨가 계신 목공소에서 쓰고 남은 나무토막으로 뭔가를 만들거나 대패나 톱 같은 연장을 장난감 삼아 재미있게 놀곤 했다. 어린아이들이 다 그렇듯 친하게 잘 지내다가 사소한 일로 다투기라도 하면 며칠 동안 토라지기 일쑤였지만 주변에 또래 친구는 단 둘 뿐이어서 리는 금세 다시 친해지곤 했다. 

보슬비가 내리던 어느 초가을 오후 실컷 목공소를 헤집고 다니던 우리는 슬슬 배가 고파지던 참이었다. 때마침 우리를 본 아저씨는 우리를 목공실 마루 밑으로 밀어 넣고는 쥐를 쫒게 하셨다. 영문도 모른 채 한참 동안 쥐를 몬 지 한참만에 드디어 아저씨의 손에는 제법 살이 오른 집쥐 한 마리가 들려 있었다.


잠시 후 아저씨는 수고했다며 연탄불에 고기를 구워주셨다. 장했기 때문이었을까? 우리는 너무 맛있게 구운 고기를 먹었다. 아저씨는 흐뭇한 표정으로 우리들을 바라보셨다. 한참 후 부른 배를 기분 좋게 두드리고 있는 우리에게 아저씨는 그것이 아까 잡은 쥐였다고 말씀하셨고, 우리는 눈이 똥그랗게 되어 까맣게 된 입을 한동안 서로 바라보았다.


국민학교를 졸업할 즈음 전문학교는 목공실을 교실로 개조했고 우리는 목공실을 헤집고 다니기엔 몸집이 너무 자라 있었다. 영이도 나도 모두 관사에서 서로 다른 동네로 이사해서 예전처럼 자주 만나기도 어려워졌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거의 잊혀져 갔고 지금까지 한 번도 다시 만난 적이 없다. 그렇지만 지금도 아주 가끔 잘 다듬어진 수제가구점을 지날 때나 잘 다듬어진 잔디밭을 지날 때면 영이와 영이 아빠였던 목수 아저씨 그리고 쥐잡기가 떠오르곤 한다. 이상한 것은 고기 맛이 구체적으로 어땠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거다. 어쨌든 적잖이 맛있었다.

그 맛은 어쩌면 추억의 맛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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