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명 이영주 Jan 04. 2019

냄비라면

생라면집 여주인

중학교 앞 가파른 언덕길을 내려와 큰 길을 건너면 지금은 복개된 개울이 있는데 어느 날 우연히 그 건너 모퉁이에 새로 생긴 듯한 생라면집을 발견하고 한동안 단골이 되다시피 했다. 그 집 앞에는 키 큰 플라타너스가 줄지어 서 있었다.


중늙은 여주인은 늘 말이 없었는데 그저 늘 미소 띤 얼굴이었고 상차림은 늘 간소했다. 그 뿐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맑은 날은 맑은 날대로 비라도 내린 날이면 또 그런 날대로 오가다 문득 들르는 그런 기분으로 들러 늘 같은 메뉴를 먹었다. 




언젠가 나는 잠시 그 집 앞을 서성이며 길을 걸었어야만 했다. 그 길을 따라 키 큰 플라타너스가 줄지어 서 있었던 기억이 난다.



매거진의 이전글 송곳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