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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명 이영주 Jan 02. 2019

송곳

반장


국민학교 2학년 때 우리 반 반장 아이는 장난이 심했다.


어느 날 청소시간에 반장은 아이들이 청소를 잘하는지 간섭을 하고 있었다. 사실 감독이나 간섭보다는 솔선을 해야 할 일인데 반장은 완장을 찬 것이다. 꼬맹이 주제에 웃을 일이다.

청소 시간이 한창 흘러가는데 한 여자 아이가 무릎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장난을 쳤는지 청소를 게을리했는지 상황이 확실히 떠오르진 않지만 아이의 무릎엔 송곳이 박혀 있었다.

정리해보니 이랬다. 반장이 청소시간에 모종의 장난을 치다가 앞뒤는 모르겠으나 여자 아이가 있던 쪽으로 송곳을 던졌는데 아이의 무릎에 박힌 거였다.


요즘 같으면 철끈을 묶을 때 쓰는 송곳을 아이들 주변에 두지는 않을 듯한데 어쩌다가 반장이 그걸 던지게 되었는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담임 선생님이 달려오고 양쪽 부모가 만나고 사과하고 그렇게 상황은 정리되었을 것이다.


반백년을 살아낸 반장은 그 시절 그 날 일을 떠올리고 역시 쉰 살쯤 되어 있을 동갑의 그녀에게 속으로나마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녀 무릎 어디쯤에 아직도 작은 흉터가 남아 있는지, 흐린 날이면 그 무릎이 좀 쑤시는지에 대해 궁금도 하지만 어쩌면 그녀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 까마득히 잊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 법이니 반장은 아직도 이기적인 사람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꼰대만 아니길 바라는데 그 또한 모를 일이다.






(사진출처: 아가미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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