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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명 이영주 Nov 22. 2018

어깨동무

광주 고속버스기사 아저씨


새로 나온 어깨동무를 사 오던 길이었다. 자전거로 성당 앞길을 끙끙대며 뒤뚱거리며 페달을 밟았다. 순간 휘익하며 뭔가가 내 곁을 스쳐갔고 나는 눈앞이 하얘졌다. 고속버스가 지나갔고 뒤뚱거리던 내 자전거 왼쪽 손잡이가 버스 꽁지를 스쳤던 거다. 말할 것도 없이 핸들이 오른쪽으로 꺾어지며 오른쪽 손잡이가 내 머리를 후려쳤다.


쓰러졌다가 잠시 후 일어난 나는 끈적한 것이 뺨을 적시는 걸 느끼고 주섬주섬 일어나 당시에는 아직 복개 전이었던 개울로 쭈뼛쭈뼛 내려가 흐르는 물에 뺨을 씻었다. 빨래를 헹구던 아주머니 몇이 내 모습에 기겁을 하고 나를 근처 병원에 데려가 열몇 바늘을 꿰맸다. 다른 느낌은 별로 기억이 나질 않는데 다만 바늘이 살갗을 꿰뚫을 때 마취제 때문에 땡땡해진 두피 언저리가 서걱거리는 느낌만은 여전히 생생하다.


어깨동무를 재밌게 읽었는지는 기억이 또렷하지 않다. 고속버스 기사 아저씨는 꽁무니에 핸들을 스친 중학생이 쓰러지는 걸 백미러로 봤을까? 못 본 걸로 해두자. 보고도 내려서 상황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왠지 화가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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