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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명 이영주 Nov 21. 2018

생선 구이

종근당


그는 이름 때문에 종근당이라 불렀다. 공부를 잘했다. 일등을 하는 건 아니었다. 중학교 아랫동네에서 쌀집을 했다. 쌀집은 유리문이 여럿이었는데 안이 들여다보였다. 놀러 가서 가끔 밥을 얻어 먹었는데  쌀집 밥이라 그런지 더 맛있었다.


뿔테 안경 안쪽의 눈동자가 약간 튀어나온 느낌이었지만 그가 그것 때문에 놀림받은 기억은 없다. 영어사전 빌려주고 돌려받고 그러느라 집에 들른 것 같다. 같은 반이 된 뒤로 집이 같은 방향이어서 간혹 나란히 자전거를 달렸다. 그의 집쯤 오면 약간 오르막이라 숨이 찼다. 대부분 지나쳤고 간혹 내렸다.


여름에는 유리문이 열려 있고 겨울에는 닫혀 있었다. 쌀자루 너머로 장지문이 나란한 방들을 따라 나무판자를 이어 붙인 마루들이 따라 놓였다.


종근당은 유쾌한 친구였다. 농담을 잘했고 늘 잘 웃었다. 나는 키가 중간이었지만 그때는 무슨 이유였는지 맨 뒷줄에 앉았다. 성적순이었지도. 어쨌든 그는 그럭저럭 나와 친하게 지내 주었다. 나는 낯을 가렸지만 종근당은 나처럼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3학년이 되고나니 종근당과 놀기에는 그가 너무 바빴다. 야간자습이 끝나고 그와 같이 다녔던 기억은 잘 지 않는다.


종근당 네 집이 있던 자리 근처에 생선구이집이 생겼다. 간혹 고향에 내려가서 아버지와 그곳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그가 생각났다. 열심히 생선 뼈를 바르며 그가 혹시 자기 집에서 생선 굽는 냄새를 맡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새삼 뜬금없는 궁금증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금은 아버지도 하늘로 자리를 옮기셨고, 그 생선구이 집을 갈 일이 적다고 볼 수 있지만 또 사람 일은 모르지 않는가. 생선 구이 냄새를 타고 그가 식당 안으로 반가운 얼굴을 쓱 들이밀며 들어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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