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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명 이영주 Nov 28. 2018

먼치킨

먼치킨 vs 골리앗


우리 중학교에서 가장 작은 친구와 가장 큰 친구가 같은 반이었다. 가장 작은 친구는 의자에 앉은키와 바닥에 선 키가 도토리 키재기였고 제일 큰 친구는 거의 어른 키였다. 나는 그 때나 지금이나 늘 중키였다.


어쨌든 둘 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으니 작은 친구를 A라 하고 큰 친구를 Z이라 하자. A는 성적도 좋고 붙임성도 있는 편이었는데 Z는 말수도 적고 성적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 둘이 무슨 이유로 붙어 다니게 되었는지 그것이야말로 미스터리랄 수 있는데 어쩌면 반 아이들이 다 알았던 걸 나만 몰랐을 수도 있다.


등하굣길에 그 둘은 늘 하나였다. 중학교는 산 중턱에 있어서 걸어서 올라가도 때로는 숨이 찼다. A가 도시락과 책으로 가득 찬 가방을 거의 배낭처럼 짊어지고 오르기에는 적쟎이 버거웠을 경사였고 거리였다. Z라면 자전거 페달을 거의 끝까지 밟고도 남을 힘이 있었을 것이다. 아닐 수도 있지만. 등굣길에 Z의 자전거 뒤에 올라탄 A를 보는 것이 흔한 일이었고 하굣길엔 Z의 자전거 앞쪽에 걸터앉아 마치 Z의 품에 안긴 듯 보이는 A를 보지 않는 건 약간 과장하자면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A는 작고 근력이 약했지만 늘 Z에게 당당했고 Z는 늘 고분고분했다. A는 종마를 다루는 기수 같다고나 할까 둘은 대략 그런 식이었다. 중학교 시절은 그렇게 이어졌고 둘이 같은 고등학교에 갔는지 여부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사람의 기억력이란 정말 한심하다.


거의 3년 내내 늘 1번(요즘은 모르겠지만 내 학창 시절에는 늘 키순으로 번호를 매겼다. 그래서 나는 늘 오륙십 명 중 삼십 번대였다)이었던 A와 전교에서도 가장 덩치였던 Z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A가 딱히 삐딱하지 않아서 따돌림을 당할 친구는 아니었지만 Z가 늘 함께였으므로 재학 기간 내내 안전하게 다녔을 거다. 지금도 A의 키가 거의 그대로 일지 자못 궁금하다.


오즈의 마법사(1939) (출처: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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