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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명 이영주 Dec 08. 2018

전자 음악

파독 간호사의 아들

어머니 고향 친구는 파독 간호사로 한국을 떠난 뒤 돌아오지 않다가 내가 등푸른 고등어가 되던 고등학교 1학년 여름 방학을 틈 타 아들을 데리고 다니러 왔다. 


아들 역시 독일의 청어였는데 한국어는 의사소통에 문제없을 정도로 능숙했다. 올 때부터 거의 항상 미니 카세트를 들었다. 우리는 하룬가 이틀을 같이 지냈는데 십 수년 인생에 첫 만남이었으니 무슨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으랴만 음악 이야기로 흐르자 통하였다.


서로 좋아하는 장르는 좀 달랐지만 십 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이야 거기서 거기. 나는 이미 VangelisGenghis Khan을 알고 있었고, 그는 요즘 대세는 Mike OldfieldChris de Burgh라며 TDK 카세트에 녹음해 온 음악을 들려주었다. 아마도 'Lady in Red'가 아니었을까? 그 외에도 90분짜리 테이프에는 Jean Michel Jarre의 'Équinoxe' 혹은 'Oxygéne'같은 곡들이 들어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새하얗다.


떠나던 날 그는 무슨 마음이었는지 그 테이프를 꺼내 내 손에 쥐어 주었다. 나는 그 테이프를 한동안 듣다가 버리지도 못하고 꽤나 오랫동안 간직하였다. 십수 년 후 결국 이사를 핑계로 여러 다른 낡은 기억들과 함께 버렸다.


전자음악을 들으면 이제 이름조차 기억 못 하는 그에 대한 기억이 군데군데 조각난 채 반짝인다. 눈부시게 반짝거려서 오히려 제대로 볼 수가 없다.


CONQUEST OF PARADISE - Vangelis

https://youtu.be/WYeDsa4Tw0c


DSCHINGHIS KHAN - Genghis Khan

https://youtu.be/7i9ozy739c8


MAN IN THE RAIN - Mike Oldfield

https://youtu.be/rEDD6jmeQuo


LADY IN RED - Chris De Burgh

https://youtu.be/FC1C4g8YO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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