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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명 이영주 Jan 09. 2019

왕관

Dr. 해머

그는 시냇가 다리 옆 하얀 건물 3층에 가게를 열었다. 나는 그의 많은 손님 중 하나였다. 고등학교 2학년 또는 3학년 즈음 충치가 생겨 그에게 내 입을 열었고, 그는 가차 없이 내 뼈를 깎고 갈고 마취를 시키기도 하며 내 고통과 상관없이 진지하게 그의 작업에 몰두했다.

마 후 나는 그에게 얼마간 돈을 주고 두 번 정도의 망치질을 하게 했다. 그는 상으로 내 왼쪽 위 어금니에 왕관, 즉 크라운을 씌워주었다.

수년 후 군대에서 상급자로 고등학교 2년 후배를 만났는데 알고 보니 그의 동생이었다. 내게 망치질을 했던 그 역시 고등학교 선배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군대 상관의 형, 게다가 선배 고등어였다니...


그의 병원을 찾았던 것은 우연이었을까? 이름에 끌렸던 걸까? 이름을 알기나 하고 찾아간 것이었을까? 의문 투성이지만 그가 씌운 왕관은 지구력이 좋았다. 그것은 내가 마흔아홉 살이 될 때까지 내 몸에 붙어 있다가 너무 오래 친분관계를 유지했다는 판단을 받고 다른 의사로부터 떨려 나갔다.

분리시키면서 의사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뜻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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