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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스쿨 May 20. 2024

3화_우리 모두는 "신규 교사"였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오늘도 한뼘 뿌리내리는 4년차 지민 선생님 이야기


#1. 너무 무르지 않은 사람, '친절하지만 단호한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담: 선생님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에 오시는 길, 기분이 어떠셨나요?

지민: 들뜨기도 하고, 조금은 긴장이 되기도 했어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이 인터뷰라니요? 더구나 인디스쿨에서 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오늘 정말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어떤 질문을 준비해오실지 모르니 긴장되는 부분도 있지만, 즉흥으로 대답할 땐 '그것만의 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기대하면서 왔어요.


담: 긴장보다 기대하는 마음이 더 크셨군요! 첫 대답부터 선생님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제게 전달되는 느낌이에요. 저도 덩달아 기대가 되는데요.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지민: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담: 선생님 소개를 부탁드려요.

지민: 안녕하세요. 5학년 아이들 담임을 맡고 있는 교사 지민입니다. 친절하지만 단호한 교사가 되고 싶은 4년차 새내기 교사예요. (아직 1정 연수를 앞두고 있으니 새내기 교사랍니다!)


담: '친절하지만 단호한 교사'는 어떤 교사인가요?

지민: 아이들과 어느 정도 적정 거리감을 유지한다고나 할까요? 저와 아이들 사이 필요한 경계를 확실하게 짓는 것을 말해요.


담: 이것을 목표로 삼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지민: 교사가 되고 나서 '친절하다.'는 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저는 어딜가나 '친절하세요.'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왔는데요. 대개 칭찬으로 쓰이는 말이 교직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우리 선생님은 친절해.' '우리 선생님은 착해.'라는 게 아이들 시선에서는 때로 '제멋대로 굴어도 괜찮은 선생님'으로 읽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거든요. 1년차 때 1학년을 맡게 되었어요. 아이들이 어리기도 했고, 아이들을 처음 담당하다보니 아이들이 만지면 부서질 것처럼 여리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마냥 친절한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대했는데 버릇없이 구는 아이들이 생겨났어요.

    재작년에는 유독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많은 4학년을 맡았어요. 그중엔 자기 말이 곧 법인 것처럼 구는 아이들이 몇몇 있었는데요. 하루는 반 아이가 제게 와서 그러는 거예요. "선생님, 선생님 너무 착한 것 같아요. 애들 말 다 들어주지 마세요! 선생님이 착하니까 애들이 저렇게 날 뛰는 거예요!"라고요. 그 말을 듣는데 너무 속상했어요. 아이가 어떤 마음에서 그 말을 했는지 짐작이 가기도 하지만, 여러 면에서 속상하더라고요. 그 일이 있고 나서부터는 부단하게 노력했어요. 단호함을 장착하려고요. 지금도 노력하는 중이고요. 친절함에 초점을 맞추면 과하게 소진되고 중심을 잃는 것 같아서, 너무 무르지 않은 사람, '친절하지만 단호한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담: '친절하다'는 좌우지간 좋은 태도이잖아요. 상대방을 편안하고 기분 좋게 하고요. 하지만 어딜가나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 것 같아요. 아이들이라고 예외는 없는 것 같고요. 들려주신 일화 속에서 선생님께서 지나오셨을 고민의 시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아요. 지금은 이전과는 조금 달라지셨나요?

지민: 네. 아직 멀었지만 한 40% 정도는 성장하지 않았나 싶어요. 3월에 아이들을 만나면서부터 단호하게 일러두는 편이에요. 대단한 것은 아니고요, '경청' 같은 생활 속 기본 태도들 있잖아요? 이런 것들을 일찍이 단호하게, 여러 번 말해두고요. 아이들과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설정하고 있어요. 경계를 짓는다는 게 자칫하면 정 없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역할을 분명하게 해 두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경계를 확실히 할 때 교사도, 아이도 모두 수월해지는 부분이 있다는 걸 경험을 통해 배웠고요.



#2. 4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괜찮아. 마음 편히 먹어.'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담: 4년 차에 40% 달성이면 굉장히 빠른 성장세인 것 같은데요!? 스스로를 신규 교사라고 소개하셨는데요. 찐 신규 시절은 벌써 4년 전 일이예요. 처음 발령받았을 때 어떠셨는지 기억나세요?

지민: 외로웠던 기억이 가장 커요. 아마 저처럼 발령과 동시에 타지 생활을 시작하신 선생님들은 120% 공감하실 거예요. 가족도, 친구도 없이 오롯 혼자였기 때문에 기댈 곳 없이 하루하루가 버거웠어요. 보통 교사를 볼 때 일찍 퇴근해서 부럽다고 하는 시선이 많지만, 교사의 이면을 보면 노동 강도가 압축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쉬는 시간이건 수업 시간이건 점심 시간이건 가릴 것 없이 아이들을 면밀하게 살펴야 하니까요. 더구나 제가 맡았던 1학년의 경우는 보육의 측면이 높잖아요. 9월 발령이었는데 18명으로 시작한 학급이 30명으로 마무리를 했어요. 많게는 하루에 세 명이 전학오는 날도 있었고요. 그때는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꼼짝없이 아이들과 밀도 높게 붙어서 지냈어요. 업무에서 오는 고단함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알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당시에는 주변에 사람도 없었고, 저도 뭘 해야 할지 몰랐으니 혼자 외롭게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넷플릭스와 배달 음식, 그리고 자책의 굴레를 돌면서요. 


담: '누구나 삶의 시작은 작구나.'라는 말이 있잖아요. 누구나 으레 겪는 처음이라는 시간은 혹독한 것 같아요. 자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인데 왜 꼭 스스로를 탓하게 되는 걸까요?

지민: 그러게요. 스스로에게는 높은 잣대를 들이밀면서 엄격해지는 것 같아요. 4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괜찮아. 마음 편히 먹어.'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엄격한 기준을 조금 풀어주면서요. 


담: 그 시간을 지나 지금 4년차에 이르셨는데요. 선생님의 교직을 순한맛 - 보통맛 -  매운맛 - 마라맛에 비유한다면 어느 단계라고 말할 수 있으세요?

지민 : 마라맛을 지나 보통맛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올해 맡은 5학년 아이들은 순하고, 서로를 잘 돕는 아이들인데요. 아이들을 잘 만난 덕에 보통맛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경력과 함께 제 나름대로 쌓아온 노하우와 마음의 여유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3.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난히 마음이 가는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자신감이 없는 아이들인 것 같아요.


담: 지금껏 약 120명의 아이들을 만나오셨을 텐데요. 선생님 기억에 남는 아이들이 궁금합니다.

지민: 장난꾸러기 1학년 어린이가 있었어요. 수업 시간에 의자에 앉는 게 어려운 아이였는데요. '왜 의자를 놔두고 바닥에 앉을까?' '어떻게 지도를 해야할까?' 고민이 들잖아요. 그런데 아이가 자기도 답답하다는 듯이 얘기하더라고요. "선생님, 저는 의자에 앉아 있는 게 어려운 애라구요!" 그 말을 듣고는 '그래, 내가 졌다. 넌 그냥 바닥에 앉아서 수업 들어라.' 할 정도로 산만하고 주의력이 결핍된 아이였어요.

    하루는 아이가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했는데 수업이 시작돼도 돌아오지 않는 거예요. 수업 시작하고 15분쯤 있다가 아이가 들어왔는데 제게 그러더라고요. "선생님 저 사실 똥 싸고 왔어요! 근데 선생님, 제가 똥을 쌌는데 휴지가 없는 거예요!? 근데 잘 처리하고 왔어요! 일단 손으로 해결하고,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고 왔거든요!" 그러면서 손을 제 앞으로 뻗는데… 뒷걸음질 치며 칭찬했던 기억이 있어요. 


담: 울지 않고 스스로 해결한 아이가 대견하기도 하지만 저 역시도 뒷걸음질 쳤을 것 같아요. 정말 잊지 못할 에피소드인데요? 선생님에게는 꾸러기였던 아이들이 기억에 오래 남는 편인가요?

지민: 꼭 그렇지는 않아요. 올해 맡은 아이 중에 당뇨 때문에 식사 전마다 허벅지에 주사를 맞아야 하는 아이가 있어요. 점심 시간 10분 ~ 15분 전에 시계를 가리키면서 아이에게 눈짓을 하면 아이가 신호를 알아채고는 허벅지에 스스로 주사를 놓아요. 처음엔 주사 맞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줬는데 요즘은 담담하게 자기 자리에서 주사를 맞고 있어요. 점점 의연해지는 아이가 대견하기도 하고, 여전히 안쓰럽기도 하고… 교실에는 워낙 다양한 아이들이 존재하니까 눈길 가는 아이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난히 마음이 가는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자신감이 없는 아이들인 것 같아요. 아마 대부분의 선생님들께서도 그러시지 않을까 싶어요. 혼자 있는 것,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 어떤 건지 저도 잘 아니까요. 8시 반에 등교해서 2시 반에 하교할 때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돌아가는 아이도 있어요. 보고 있으면 쓸쓸하겠다는 생각이 들죠. 그런 아이들에게 한 번 더 다가가서 안부를 묻고, 대화를 걸어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담: 선생님 말씀처럼 교실에는 워낙 다양한 아이들이 존재하죠. 아이들을 대하다보면 아이들로 인해서 환희하게 되다가도 어느 순간 회의감을 느끼기도 하고, 또 어떨 땐 아이들이 너무너무 얄밉다가도 한순간 사르르 마음이 녹기도 하잖아요. 선생님의 경우 아이들이 미워 보이는 때는 언제이고 또 가장 예뻐 보이는 때는 언제인가요?

지민: 아이들이 실수를 한다거나 말을 안 듣는다거나 하는 것들은 어느 정도 용납할 수 있어요.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 맞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니까요. 저를 화나게 하는 행동은 명확한데요. 바로 거짓말이에요. 재작년에 유독 거짓말을 심하게 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불러서 지도하면 항상 잡아 떼고, 다른 아이를 핑계 삼아 변명하는 식이었죠. 그 애를 지도하면서 알았어요. '아, 거짓말이 내 발작 버튼이구나.' 아이가 잡아 떼면 뗄수록 제 편에서도 '그래.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식의 싸움이 되더라고요. 지도가 아니라요. 하루는 복도에서 학년 부장 선생님께서 소리를 지르시는 거예요. 알고 보니 그 애가 복도에서 놀다가 학년 부장 선생님께 걸렸는데 또 발뺌하고 거짓말을 했더라고요. '아, 거짓말이 나만의 발작 버튼은 아니구나.' 생각했지만 여전히 고민되는 부분이에요. 거짓말 하는 아이를 감정 컨트롤 하면서 지도하는 것이요. 

    반대로 아이들이 예뻐보일 땐 자기도 모르게 행복한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들을 볼 때예요. 아이들은 좋은 걸 좋다고 말하는 걸 누구보다 잘 해요. 온 몸으로 표현하죠. 운동회가 있는 날, 운동회 끝나고 교실에 들어와서 이렇게 말했어요. "얘들아, 오늘은 너희들 많이 지쳐서 수업하기 힘들 테니까 오늘은 영화 보면서 쉬자!" 그러면 아이들은 정말 표정, 몸짓 모든 걸 사용해서 행복을 표현해요. 콧구멍이 커지고, 눈이 반짝거리고, 일어나서 춤을 추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교실을 뱅글뱅글 돌아 다니는데 그런 순간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웃게 돼요. 저는 성향상 절대 이렇게까지 좋은 걸 표내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의 모습이 더 예뻐 보이는 것 같기도 해요. 



#4. 선배 보다는 동료 교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담: 아이들뿐 아니라 학교를 구성하고 있는 많은 어른들을 만나게 되잖아요. 동료 교사일 수도 있고, 교사가 아닌 사람일 수도 있겠죠. 선생님에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을까요?

지민: 작년에 동학년에 경력이 많으신 선생님이 계셨어요. 지금껏 제가 학교에서 만났던 선생님들과는 조금 다른 마인드를 갖고 계신 분이셨는데요. 그분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기도 했고, 교직에 남아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터라 기억에 남아요.

    첫 발령을 받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제가 만나온 선생님들은 대체로 '너무 열심히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분들이셨어요. 선생님들께서 왜 그렇게들 말씀하시는지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기도 했고요. 열심히 해봤자 개선되지 않는 처우, 교육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업무 환경 등 현실적으로 지쳐가는 부분들이 너무 많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되는 거죠. 하지만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 현재 처한 교직 현실이 쉽지 않고,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지만 동시에 전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거든요. 하지만 '신규라서 아직 패기가 있네!' 이런 말은 듣기 싫어서 몸을 사렸던 것 같아요. 또 교직이 아닌 다른 일에 종사하는 또래들을 만날 때 자격지심 같은 게 생기기도 했어요. 근무 환경이나 처우가 확실히 다르니까요. 그래서 다른 전문직을 준비해볼까 싶어서 잠깐 다른 공부를 하기도 했어요. 

    그런 와중에 '애들만 보면 기운 돋고 살아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동학년 선생님을 만났어요. 선생님은 굉장히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좋아하는 분이세요. 선생님을 보면서 '아, 아이들을 좋아해도 되는 거지!'라는 생각도 했고, '그래.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게 돌연변이는 아니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몸을 사리지 않고, 내 마음을 따라가도 된다는 일종의 확신 같은 걸 얻은 거죠. 

    또 한 명을 얘기하자면 저희 언니인데요. 언니도 초등 교사예요. 제가 '다른 전문직을 준비할까 한다'고 언니에게 이실직고를 하니 언니가 묻더라고요. "네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게 돈이야?"라고요. 생각해보면 제 자격지심은 열심히 공부한 것에 대한 물질적 보상을 받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거였어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저는 물욕도 크게 없고, 돈이 제일 중요한 사람은 아니거든요. 생각해보면 저는 아이들도 좋아하고, 수업 준비하는 것도 좋아해요. 연구에서 배운 걸 글쓰기 수업이나 음악 수업에 적용해보는 것도 좋아하고, 대체로 교직이 적성에 맞아요. 언니 질문에 생각하면서 알게 된 거죠. 언니는 저를 잘 아는 사람이잖아요. 언니가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아리송한 마음으로 다른 진로를 택한다 한들 거기서 또다른 후회와 상실감이 있을 거라고요. 동의가 됐어요. 마음을 잡는 데 영향을 끼친 두 사람이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담: 선생님과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무엇을 선택하든 선택은 개인의 몫이고 개인의 책임인 동시에 박수 받아 마땅한 용감한 결정일 텐데요. 그 과정을 함께할 사람이 필요한 것 같아요. 선생님과 같은 신규 교사가 비슷한 고민을 해갈 때 어떤 선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지민: 제 경우 선배 교사의 역할이 컸지만, 저는 선배 보다는 동료 교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발령 동기 선생님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선생님들이 저랑 비슷한 고민을 하셨어요. 고민을 나누는 것만으로 위안을 얻기도 하고, 힘을 얻게 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러다 좋은 친구가 되면 학교가 아니라 하더라도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기도 하고요. 감사하게도 좋은 친구들, 언니 동생이 많이 생겼어요.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동료들이 많으면 좋은 것 같아요. 


담: 맞아요. 동료의 존재는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지민: 인디스쿨에서도 동료 선생님들을 만났어요. 저는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인디스쿨에서 음악연구회를 만났어요. 개인적으로 음악을 통해 삶의 풍요로움을 느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이와 같은 행복을 알려 주고 싶거든요. 


담: 음악연구회에서 활동을 하고 계셨군요. 음악연구회 활동 말고도 인디스쿨을 통해 알게 되신 선생님들이 계세요?

지민: 오프라인으로 알게 된 건 아니지만, 수업 자료를 올려주시는 선생님들 채널을 구독하고 수업 자료를 사용하고 있어요. 또 쫑알쫑알을 많이 이용해요. 동료 선생님들께 물어봐도 되지만 '이런 것까지…??' 싶은 사소한 사안이 있기도 하고, 선생님들이 바빠보이실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쫑알쫑알에 물어보면 몇 분 이내로 댓글이 달리는데 아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셀소에도 몇 번 글을 올려봤어요. (짝을 찾지는 못했지만요...!)



#5. 학교에 있는 다양한 수준의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해 학급당 학생 수가 적절히 조정되고 개별화 지도에 대한 지원이 넉넉히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담: 조용한 인디 유저이셨군요! 앞으로 교직 생활을 해가시는 데 있어서 함께 힘낼 수 있는 좋은 동료분들을 계속해서 만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슬슬 인터뷰를 마무리하면 좋겠는데요. 마지막으로 몇 가지 질문을 드릴게요. 요즘 교육 현장을 볼 때 선생님을 가장 고민하게 하는 부분은 어느 부분인가요?

지민: 아이들의 교육격차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저는 올해 5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데 저희 학급에는 지적 장애를 가진 특수 아이가 있어요. 읽고 쓰는 것이 모두 안 돼서 반 아이들과 함께 수업 받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학교에 통합교육지원반 선생님께서 계시지만 특수 학생 수에 비해 교사가 부족한 상황이라 충분한 지원을 받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학생 수가 30명 가까이 되는 학급에서 담임 교사가 매 수업마다 특수 학생을 일일이 개별 지도하기도 버거운 상황이구요. 학교에 있는 다양한 수준의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해 학급당 학생 수가 적절히 조정되고 개별화 지도에 대한 지원이 넉넉히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이건 거의 모든 선생님들께서 바라시는 바일거예요.


담: 앞으로 교직 사회에 몸담고 계시는 동안 어떤 선생님으로 남고 싶으세요?

지민: 조금 추상적일 수도 있지만 항상 원했던 것은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교실을 만드는 게 꿈이었어요. 고등학교 시절, 성적에 엄격한 기숙학교에 다니면서부터 막연하게나마 그런 꿈을 꿨던 것 같아요. 요즘 아이들을 보면 학업에 매진하고, 행복보다는 성공과 성취에 일찍이 목표를 두고 사는 친구들이 많아요. 제가 있는 곳이 신도시여서 더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 대부분은 하교하고 학원 스케줄로 바빠요.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만큼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음악 수업 연구를 하는 것도 이것의 연장선이고요. 매주 한 번은 꼭 음악과 함께 교실놀이를 하려고 하는데요. 저와 함께하는 1년만큼은 아이들이 행복하면 좋겠어요.


담: 선생님도, 아이들도 함께하는 순간만큼은 행복하기를 저도 바라게 되네요.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읽으시는 인디스쿨 선생님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지민: 선생님들 대부분 비슷한 마음이실 것 같은데요. 어디에 계시는 분이든, 선생님의 평안을 빌게 돼요. 작년에 있었던 일이 도화선이 되기는 했지만, 교직은 그 전부터 버티기 어려운 직종으로 변화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과중한 행정 업무, 학부모 민원, 공무원 연금 삭감 등 이런저런 측면을 볼 때 교직에 머무를 이유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가고 있잖아요. 각자의 고민을 안고 오늘도 교직에서 버티시는 선생님들이 그저 평안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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