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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스쿨 Feb 29. 2020

중앙운영진 은퇴자 인터뷰(중)

2020년에 운영진을 떠나는 우리들의 다람쥐 - 3편 중 2편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는 인디스쿨, 중앙운영진에서 기관 역사의 절반 이상의 시간 함께 했던 다람쥐 신동석 선생님이 운영진을 떠납니다. 그냥 보낼 수 없어 그를 인터뷰 했는데요  그가 누구이고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그를 인터뷰했는지를 다룬 서론은 이곳 <중앙운영진 은퇴자 인터뷰(상)>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어떤 계기로 인디스쿨 팀에 합류하게 되셨나요? 벌써 12년 전이네요. 어떻게 12년 동안이나 활동을 이어오셨는지도 궁금해요.


>> 인디스쿨 초창기에 지니 형(정유진 선생님)을 중심으로 지하 골방에서 몇몇 선배들이 1년 치 교육과정을 계획하던 모임이 생각나네요. 그 모임의 존재를 알게 되고 무척 놀랐어요. 3월이   무작정 수업에 뛰어드는  아니라, 2월에 학년이 배정되고 나면 1  계획을 2주간 모여서 준비하고 함께 고민하면서  학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존재했다니. 나도  선배들처럼,  멤버로 성장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좋은 사람들하고 같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고, 활동이 점점 확장된 거죠. 얻은 게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12년 동안이나 활동을 지속한 이유가 있다면, 얻은 게 너무 많아서 빚을 갚아야 된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 같아요. 저를 그나마 이 정도라도 되는 교사, 사람으로 만들어준, 내 삶을 바꾸어주고 성장시켜 준 조직에 빚은 갚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어요.



그럼 이제 우리 곁을 떠나시는 건... 빚을 다 갚았기 때문인가요? (웃음)


>> 이제는 그만둘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를 내고 활동을 마무리하게 된 건, ‘이 정도면 어느 정도 빚을 갚지 않았나.’ 싶어서인 것 같아요. (웃음) 빚을 전부 갚지는 못했지만, 중앙운영진 조직 내에는 어느 정도 갚은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남은 빚은 굳이 이 안에서 갚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영진 외부에 존재하면서 운영진 내부의 친구들에게 외부와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방식도 괜찮지 않을까.



12년 동안 활동하셨어요. 중앙운영진 멤버로, 연수팀원과 팀장으로, 최근까지는 부대표로 활동하셨지요. 지난 시간 동안 선생님에게 가장 의미 있는 성취는 무엇인가요? 성취가 너무 거창하다면, 선생님의 활동 중 가장 의미 있게 생각하시는 걸 말씀해주셔도 좋아요.


>> 이런 질문 들어오면 항상 이렇게 대답해요. ‘교사가 아닌 학교 외부 사람들 중 교육을 고민하는 분들, 또 교육을 고민하지는 않더라도 연결 지점이 있는 단체나 개인들과 인디스쿨을 연결한 것’이라고요. 그런 분들을 만나고 함께 활동하면서 받은 에너지가 저에게 퍽 강렬했던 것 같아요. 그로 인해 많이 성장한 것 같은 느낌도 받고요. 나뿐만 아니라 다른 교사의 성장을 함께 고민했다는 것도 의미 있는 활동의 기억이에요.



교육과 연결지점이 있는 단체나 개인들과의 연결, 또 다른 교사의 성장을 함께 고민한 활동의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 제가 운영진으로 처음 만난 단체는 아름다운재단이에요. 아름다운재단의 나눔교육을 하면서 함께하는 선생님들과 교류하고, 외국에 연수도 다녀오고, 세계 곳곳의 탐방을 다녀온 선생님들로부터 사례도 듣고, 어느 기관에서 발표도 하고, 엉겁결에 강의도 했어요. 그 활동을 시작으로 계속 연결되는 고리가 만들어졌죠. 나눔교육 덕분에 개인과 조직의 건강한 변화를 위한 실험실, 진저티프로젝트와 연결되어 지금까지 많은 영향을 받았고요. 외부 단체에 계속 관심을 두면서 학교의 새로운 시도를 응원하는 소셜벤쳐 펀쿨도, 다음세대의 건강한 성장을 미션으로 하는 벤처기부펀드 씨프로그램도, 거꾸로교실의 미래교실네트워크도, 몇몇 교육 관련 재단들과도 연결되었어요.


연결 덕분에 비영리단체로서 컨설팅을 받기도 하고, 인디스쿨 몇몇 선생님들과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프로젝트 수업을 시도해보기도 하고, 외부 놀이 프로그램을 연수로 열어보기도 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며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었어요. 인디스쿨 연수팀 활동은 그 자체로 다른 교사의 성장을 함께 고민한 일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연수팀 활동 덕분에 부족하지만 경기도교육청 연수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데 위원으로 들어가서 말도 꺼내보게 되었어요.


외부와 연결되어 협업했던 프로젝트 수업을 지자체에서 공유했던 2018년 어느 날


인디스쿨 활동을 하면서 특별히 성장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운영진이 워낙에 고생을 많이 하는 탓에, 대부분의 경우에 우리는 희생의 아이콘으로'만' 포지셔닝되곤 하잖아요. 그렇지만 운영진이 고생'만'하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가 알려져야 새로운 운영진이 들어올 마음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운영진을 하면서 어떤 역량이 성장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고.


>> 네트워킹 역량, 리더십, 기획력이 성장하지 않았나 싶어요. 앞서 말씀드린 네트워킹을 하는 과정에서 사람과의 연결을 조율해 나가는 능력이 성장한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 만나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고, 지금도 관계가 쉽지는 않은데 그래도 인디스쿨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서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어느 정도는 감을 찾은 것 같아요. 조절할 수 있고 밀당할 수 있는 역량도 좀 생긴 것 같고요. (웃음)


그리고 활동 기간 동안 조직에 대한 생각을 진짜, 정말로 많이 하게 되었어요. ‘어떻게 하면 후배들이 안전하게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만들까?’, ‘운영진 안에서 다른 의견이 상충할 때 어떻게 해야 조율이 될까?’ 고민도 많이 했어요. 건강한 조직과 리더상, 좋은 조직으로 성장하는 방식을 고민한 건 인디스쿨 조직경영팀을 비롯한 운영진 활동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았고, 인디스쿨의 좋은 이웃인 진저티프로젝트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연수팀장과 부대표를 하면서 가장 많이 염두에  키워드는 ‘안전한 실험실인데요, 부대표는 대표와는 다르게 중간 리더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텐데, 그게 뭘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가 안전한 실험실을 만드는 일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죠. 안전한 환경에서 실험하는 문화를 만드는  나름의 노력을 하면서 역량이 성장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운영진을 하면서 개발된 것 중에는 기획력도 있어요. 예전에도 아이디어를 마구 쏟아내 본 적은 있었지만,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일이 되게 만들고, 동료들과 함께 추진해본 경험은 인디스쿨에서 대부분 얻어진  같아요. 실무부터 차근차근 올라와 기획까지 하게 된 소중한 경험이 있어요. 제가 인디스쿨 활동을 하지 않고 교사로서 학교 일에만 집중했다면 다른 영역의 역량이 또 키워졌을 테지만, 이런 역량은 키워지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척 고맙게 생각해요.



12년간 활동했고, 연수팀장과 부대표로 수고했던 선생님을 당연히 다음 대표운영자로 생각했던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요. 대표운영자가 되고 싶지는 않으셨나요? 저라면 욕심이 났을 것도 같아요. 인디스쿨은 정말 훌륭한 기관이고 단체이고 플랫폼이잖아요.


>> 안전한 실험실 문화를 만드는 일에 힘을 쏟으면서 동시에 생각했던 건 ‘나는 대표가 되면 안 되겠구나’ 하는 자기 성찰이에요. 저는 대표운영자가 되면,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되면 재미를 잃어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웃음) 책임이 막중한 자리에서 큰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 새로운 시도를 치고 나가는 일을 활발하게 하기는 쉽지 않잖아요. 인디스쿨 게시판에 있는 역대 대표들이 쓴 글을 읽잖아요? 그러면 ‘이 사람들의 고민의 폭과 나의 고민의 폭은 결이 다르구나' 느낄 때가 있어요.


어떤 위기가 있을 때, 큰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나는 저런 결단을 내리고, 저런 글을 쓰고 저런 공식적인 발언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내적 고민이 많았어요. 어려운 상황을 지날 때 저도 인디스쿨 멤버였고 함께 그 시절을 지나긴 했지만, 한 번도 역대 대표들 같은 글이나 말이 저에게서 나온 적은 없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동료에게 위로를 주거나, 대안을 제시한 적은 있지만 역대 대표들과는 달랐던 것 같아요. 대표는 그 무게감이 무척 크잖아요. 물론, 누가 대표운영자를 하더라도 인디스쿨 운영진에 함께 있는 동료들이 워낙 좋은 동료들이니까 커버가 되겠지만, 내가 잘 감당하지 못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자주 생각해봤어요.


2015년 BIC(비영리단체 운영 컨설팅) 엠티에서 당시 운영진들과


활동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 선생님의 활동에 영향을 준 사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몇 가지 사건이 있는데, 그중에 서버 대란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12년 활동 기간 동안 ‘서버 대란’이 두 번쯤 있었는데요. 자료실, 게시판 등에 필요한 용량이 너무 커지고, 서버는 노후화되어서 접속이 중단된 사건이에요. 모금이 굉장히 많이 필요했어요. 그런 큰 사업 앞에서, 그 당시 대표 유진이 형(정유진 선생님)이 1억이라는 예산을 투입하자고 결정했어요. 결단이 필요한 시점에 큰 결단을 내렸죠. 운영진으로서 ‘인디라는 조직이 재정적으로 흔들릴 수 있겠구나’ 처음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런 고민을 해본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이지만, 선생님들의 결속력과 연대를 경험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어요. ‘선생님들이 마음을 모으면 순식간에 1억을 모으는구나’ 하면서 깜짝 놀랐어요. 이게 뭐라고 선생님들이 이렇게 나설까 싶기도 했어요. 다 함께 걱정하고, 고민하고, 인디스쿨 살려야 한다고 나서는 모습들, 자신에게 직접적인 이득을 주는 일도 아닌데 서로서로 오프라인에서 모금을 권유하는 일들 보면서 ‘열심히 해야겠다' 에너지를 얻었죠. 많이 감사했어요.





<중앙운영진 은퇴자 인터뷰(하)>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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