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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디스쿨 Mar 01. 2020

중앙운영진 은퇴자 인터뷰(하)

2020년에 운영진을 떠나는 우리들의 다람쥐 - 3편 중 마지막편

12년 활동기간을 마무리하고 운영진을 떠나는 신동석 선생님 인터뷰입니다. 이 글은 세 편으로 이루어진 콘텐츠 중 마지막 글입니다. 전편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중앙운영진 은퇴자 인터뷰(상)> <중앙운영진 은퇴자 인터뷰(중)>을 읽고 오시면 더욱 맥락을 이해하면서, 풍성하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이퍼링크를 클릭하시면 상편중편으로 각각 이동합니다.)




활동기간 중 개인적으로 속상했던 일이나, 운영진으로서 또 교사로서 안타까웠던 일도 많았겠지요?


>> 활동 중에 저를 감정적으로 힘들게 만들었던 사건 중 하나는 게시판 문제예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말들이 온라인 게시판이라는 성격으로 인해 정제 없이 나눠지는 걸 보면서 ‘선생이든 누구든 다 똑같은 인간이구나’ 싶었어요. 예전에는 그래도 ‘내 닉네임을 걸고 도저히 이런 말은 못 한다'라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게시판에서 자기 닉네임을 버젓이 걸고 온갖 말을 하는 사람이 적잖이 있잖아요.


모니터링 팀이 힘닿는 대로 애써주고 있지만, 수동으로 일일이 제재를 가하는 것에 한계가 있고, 내부규정을 손보는 일도 만만치가 않아서 운영진으로서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요. 게시판에서 사람들이 자기의 아집으로 다른 사람을 함부로 평가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무서워지기도 했어요. ‘글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을 해요. 악성 게시글, 댓글을 향한 감정은 오래전부터 아주 강렬하고요. 그것이 저의 교육까지도 바꿨어요.



악성 게시글, 댓글이 변화시킨 선생님의 교육 방침이랄지 학급 운영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 언어적 공격을 포함해 누군가를 함부로 공격하는 일과 따돌림 행위를 굉장히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아이들과 1년을 보내는 과정에서 그런 내용들을 디테일하게 강조하면서 가르치게 됐어요. 어찌 보면 아이들은 그런 수업, 저의 지나친 강조가 힘들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하는 방향이 맞지 않나 싶어요. ‘안전한 교실’, ‘누구도 위협은 당하지 않는 학교’를 만드는 일에 무척 집중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아이들을 교육할 때, 악플 문제 같은 걸 주제로 토론도 하고 표현의 자유니 뭐니 옳고 그름을 따져볼 수 있도록 했어요. 찬성과 반대를 나누어 남을 공격하는 말을 하는 사람들 입장도 생각해보고 정당화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줬거든요. ‘그런 거친 말들로 게시판에 분출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마음이 풀릴까?’ 물으며 아이들의 생각도 들어봤고요. 지금은 그런 수업 안 해요. 토론 거리로 삼지 않고, ‘이건 잘못된 거야’ 가르쳐요. 어떤 변명을 하든, 어떤 이유가 있든 무조건 잘못된 거라고, 토론할 거리가 아니라고 가르쳐요. ‘사람을 공격해도 되나요?’ 이걸 왜 토론해야 하나요? ‘공격은 옳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토론 거리로 붙이지도 않게 됐어요.


은퇴자 인터뷰 문항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신동석 부대표 (그는 '은퇴자'라는 표현을 몹시 거슬려 했다. 너무 나이든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이유로)

12년 동안 운영진에서 활동한 선배로서, 앞으로 새로 들어오는 운영진은 어떤 사람이면 좋을지 조언을 좀 해주세요.


>> 도전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실패를 좀 해도 되니까 어떤 시도를 너무 두려워하거나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해보고 싶은 걸 해보는 역량이 있었으면. 그러면서 동시에 공감력이 있었으면 해요. 따뜻한 사람이면 좋지 않을까요? 역대 운영진에게는 대부분 그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에게는 사람의 마음, 심적 변화를 읽고 그걸 반영해 주려고 하는 문화가 잘 갖춰져 있잖아요.


운영진 대부분에게 그런 공감력이 있는 이유는 그것이 잘 갖추어진 사람이 들어왔기 때문일까, 아니면 들어와서 공감하기를 배우게 된 걸까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미 갖춰진 상태로 들어온 사람들이 많다는 해석이 맞는 것 같아요. 따뜻하게 연대할 줄 알고, 새로운 일에 지속적으로 도전할 줄 아는 역량만 있으면 운영진으로는 자격이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요. 나머지는 운영진을 하다 보면 자동으로 레벨 업이 되는 것 같아요. 사람을 넓게 보는 능력, 미시적으로 꼼꼼하게 일하는 능력이 운영진을 하다 보면 많이 길러지는 것 같아요.



인디스쿨이라는 광장을 운영하는 중앙운영진이 끝까지 지켜내야 할 핵심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 인디스쿨의 뿌리라고 볼 수 있는 역대 운영진이 뽑혀온 과정을 보면 욕심 없는 사람들이 운영진을 해왔어요. 사람이 아무것에도 욕심이 없을 수는 없죠. 하지만 제가 말하는 맥락의 욕심은 명예와 재물에 대한 욕심을 말하는 것이고, 이 욕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사람들이 역대 운영진이었어요. 개인이 이 속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 마음을, 인디스쿨 전체의 가치를 구현하는 것보다 앞세우지 않는 사람들이 ‘사심보다 사명’을 가지고 일해왔죠. 우리는 부담스럽게 사명감을 가지라고 말하지는 않고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말하지만, 각 개인이 좋아하는 것이 인디의 방향과 맞아야 한다는 단서가 있어요.


초창기 만장일치제로 운영진을 뽑던 시절에는 ‘저 사람에게 사심이 있나 없나’를 1~2년 관찰하고서야 우리 멤버로 인정했어요. 지금의 조직 규모에서는 그렇게 사람을 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하지만 역대 운영진들이 그렇게 사람을 뽑았던 이유, 가치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할 수는 있겠다 싶어요. 어디에서나 사적 욕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일을 잘하기 쉽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발전적으로 치고 나가는 역량도 더 뛰어나고요. 일을 잘하는 것과 사심 없이 가치를 추구하는 게 조화롭기는 어려울까 고민이 되기도 해요.


그래도 인디스쿨의 가치를 앞세우고 사심 없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과반수를 차지해줘야 조직이 원래의 결대로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역대 대표들이 활동하고 물러난 과정, 시점을 보면 누구도 사심을 내세우지 않은    있어요. 인디스쿨을 통해서 자기 명예를 얻고자 하는, 인디스쿨의 이점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이면 불가능한 모습들이었죠. 지금까지 쌓여온 그런 문화들이 우리들의 좋은 자산이지 않나 싶어요.


2018 인디스쿨의 날, 중앙운영진 단체사진


운영진을 하면서 연결된 멤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 활동을 하면서 고마운 사람이 참 많아요. 인디스쿨을 만든 전설 같은 사람인데 전부 물려주고 떠난 대두샘, 인디에서 함께 해보자고 처음으로 제안해준 지니샘, 함께 일했던 중앙운영진 그리고 사무국 식구들에게 고마워요. 마음의 빚이 있어요. 가장 고마운 사람은 짝꿍(배우자) 도토리예요. 도토리는 제가 처음으로 찾아간 인디 보드 스키 캠프에서 운영팀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이 캠프를 계기로 '사과나무'라는 여행 동아리도 만들어지고, 함께 여행을 다니며 짝꿍까지 되었죠. 도토리 덕분에 그녀가 이미 함께 하고 있던 인디스쿨 운영진, 아름다운재단 나눔교육연구회, 그리고 진저티프로젝트라는 좋은 이웃과도 연결될 수 있었어요. 정말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어요.


지금 떠나는 게 후회되거나 미련이 남거나 그렇지는 않지만, 짝꿍을 제외하고는 소중한 사람들과 만남의 빈도가 조금 줄어들 거라는 아쉬움은 커요. 그렇지만 떠난다고 안 볼 사람들 아니니까. 좀 더 편하게 볼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렇네요. 동료들이 앞으로도 인디스쿨이 지켜야 할 가치들을 지키면서 활동을 잘해나가면 좋겠어요.



선생님도 늘 말씀하시듯, 우리 모두가 인디스쿨이죠. 인디라는 광장의 모든 선생님들께도 한 말씀해주세요. 운영진으로서 마지막 부탁이랄지, 인사 같은 거요.


>> 무광이 형(현재 대표운영자)이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인디스쿨이 없어지는 게 나의 꿈'이라는 말이요. 그 말의 맥락을 알아요. 모든 공간이 인디스쿨처럼 된다면 우리가 없어져도 된다는 거죠. 그 말은 다른 말로, 모든 공간이 인디스쿨처럼 되기를 바란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어요. 모든 학교, 모든 현장이 인디스쿨처럼 기능하게 된다면 인디가 사라져도 될 텐데, 그런 사회는 유토피아니까 결국 인디스쿨이 없어질 수 없다는 말과 같아요. 저는 현장에서 선생님 한 분 한 분이 인디스러움을 드러내면서 사시면 좋겠어요.


제가 예전에 연수 자료집 만들 때 꼭 넣었던 문구가 있어요. 우리 모두가 인디입니다". 교실에서, 학교에서,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부끄럽지 않게 실천하며 사는 , 사적 이익을 너무 강조하지 않고, 공익을 추구하면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인디스러운 것이죠. 인디스쿨의 ‘인디' ‘인디펜던트(독립적인)'잖아요. 우리 각자가 독립적으로   있는 개체이면서 우리 전체가 숲인 , 그것이 인디스쿨스러움인  같아요.  속에서 모두들 그렇게 살아가시면 좋겠어요.



그런데, 원래 이렇게 말씀을 잘하시는 분이셨어요? 뭔가 준비를 하신 것 같은데요?


>> 사실 조금 준비했어요. 인터뷰 질문지를 미리 받았더니, 알게 모르게 준비를 하게 되더라고요. (웃음)





여기까지 세 편에 걸쳐 신동석 선생님의 이야기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긴 지면, 아니 긴 화면을 할애했습니다. 사실 선생님의 12년 활동 기간을 떠올려보면 세 편 콘텐츠도 너무 짧은 축약이지요. 신동석 선생님을 오프라인에서 아시는 분들께서는 오며 가며 수고했다는 따뜻한 토닥토닥으로 운영진과 함께 그의 은퇴를 기념해주시면 좋겠고요, 다람쥐 선생님과 온라인으로 연결된 선생님들께서는 그의 당부대로 현장에서 '인디스러움을 드러내면서' 사는 것으로 그를 격려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각자가 독립적으로 잘 서서 우리 전체로 아름다운 숲을 이루며,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부끄럽지 않게 실천하며 사는 모습으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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