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리트릿에 드러난 '인디스러움'은 무엇일까요?
* 지난 리트릿의 추억 (하) 편입니다.
>> 인디스쿨 리트릿 2021 @랜선 자연휴양림 (상) 편 먼저 읽기 (클릭)
인디스쿨 리트릿 기획 후기를 클릭해 주신 분들, 환영합니다. 혹시 인디스러운 행사 기획 팁이 있다는 예고편을 보고 끌려서 들어오셨나요!? ;) 약 60명이 게더타운에서 행사를 열었던 사례가 궁금하신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이번 브런치 글에서는 리트릿의 이모저모 중, (1) 자연휴양림 콘셉트 (2) 회고회 장면 (3) 게더타운 팁을 순서대로 소개하겠습니다. (상) 편을 보고 오셨다고 생각하고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소소한 팁이지만, 이번 리트릿 후기로 무엇이든 행사 준비에 도움을 받으셨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획자의 효능감은 소중하니까요. ;)
올해로 3회 차인 인디스쿨 리트릿. 2020년 리트릿은 가상의 몰디브로 떠난 해외여행으로, 2021년 리트릿은 자연 휴양림으로 기획했습니다. 루트임팩트 리트릿 TF 팀이 ‘온라인 행사에서는 상황극적 콘셉트를 덧입히면 몰입감에 도움이 된다’는 경험 지식을 전수해 주신 덕분에 올해도 좋았습니다. 게더타운에서 제공하는 기본 템플릿만 선택해도 축제 등의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지만, 줌(zoom)에서 콘셉트를 빚어내던 솜씨를 게더타운에 다채롭게 녹여내니 더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리트릿'의 본래 의미를 살리는, '쉼'에 가까운 가상공간으로는 무엇이 좋을까 거듭하던 논의 끝에 ‘자연휴양림’이 나온 것이었는데요. 콘셉트는 글로 설명하기보다, 훅 닿게 보여드리는 게 좋을 텐데요. 우선, 게더타운에 심어놓은 나무, 한 땀 한 땀 깔아 둔 잔디 타일은 (상) 편에서 얼핏 보셨지요? TF 팀 선생님이 콘셉트를 녹여내기 위해 층층이 레이어를 쌓아 만든 포스터도 보셨을 거고요.
참가자분들이 함께 만들어주신 콘셉트는 더 어마어마했지요. 이밖에 콘셉트 장치 세 가지만 더 꺼내 보면 다음과 같답니다.
먼저 자연 휴양림 여행 키트입니다. 행사가 시작하기 전부터 기분 내는 장치는 소중하니까요. 시각적으로는 목에 두를 수 있는 스카프와 스티커, 후각에는 호젓한 여행지 느낌을 내는 인센스. 미각은 티백과 고구마 말랭이, 여행 귀갓길에 플라스틱을 줄이는 대나무 칫솔까지! 온갖 감각으로 몰입할 수 있게 만든, 여행키트를 자랑해 봅니다. 리플릿 사진을 보시면 설명이 자세히 있는데요.
저는 굿즈 설명을 보고, “가상 여행의 기분을 한껏 선사하면서도 지구에 끼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혜를 짜내어 보았습니다.”라는 담당자분의 멘트에 밑줄 긋고 싶어 졌어요. 우리에게 자연이 주는 힐링이 소중해서 휴양림의 콘셉트를 빌린 만큼, 굿즈를 만들 때마다 환경을 고려해온 선택이 유독 더 와닿네요.
행사 쉬는 시간에 BGM으로 숲 소리를 틀어놓는 장치도 있었습니다. 게더타운에서 소리가 나는 물 오브젝트도 넣어두었다 보니, 더욱 숲에 와 있는 것 같았어요.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분도 유튜브에서 숲 소리를 한번 검색해 보세요! 다양한 숲 소리가 나오는데 너무 좋아서 글을 쓰는 지금도 듣고 있어요. 생각보다 쉽게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링크를 클릭해 보세요! 발랄한 로고송이 끝나면, 자연휴양림을 거닐 때 스피커에서 들어봄 직한 풍으로 안내 멘트가 나옵니다. “여기는 인디스쿨 리트릿입니다"라는 멘트, 행사에 참여하신 분은 익숙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세 번의 세션(인디에서 놀다 - 대화하다 - 배우다)이 시작될 때마다, 리트릿에서 틀어드린 바로 그 소리입니다. 실제로 자연휴양림을 거닐 때, 안내 스피커에서 나오던(!!) 아는 사람은 아는 그 느낌을 담았어요.
이어지는 기획 요소는 인터뷰처럼 공유해 드릴게요. TF 팀 멤버들과의 회고회를 관찰하고 계신다는 느낌으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인디스쿨 공간에 모여서 나눈 이야기인데요. 조금 각색한 내용이 있어서 이름은 생략할게요.
Q 한 달 반이 넘는 준비 기간 끝에, 잘 끝난 리트릿! 이번 행사 어떠셨나요?
A “작년이랑 올해 두 번 다 느꼈지만, 리트릿은 화수분처럼 인디스쿨의 새로운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는 장 같아요. 참가자분들도 처음 만나지만, 강사분들도 처음 만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잖아요. 유명한 강사분을 섭외하기보다, 처음 진행하시는 분도 모셔서 부담을 낮춰드리려고 하고 콘텐츠를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어요. 작년에 인디스쿨 20주년을 기념해서 옆 반 선생님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정신을 되살리는 연수를 꾸려보자던 시도, 올해도 더 많은 분의 이야기가 무대에서 나누어지는 기회를 만들어보려는 흐름이 있었네요.”
B “리트릿을 기획할 때 매번 참여자를 고민하잖아요. 누구나 오실 수 있게 공개 신청도 받지만, 얼리버드 티켓처럼 초대장을 만들어서 ‘인디에 공헌해 주시는 분들'에게 보내드리는 시작이 특히 흥미로웠어요. (파워 업로더로서 포인트가 가장 많으신) 황금별 그룹 선생님뿐 아니라 이번에는 검은별 선생님을 같이 초대해 보았던 것도요. 초등교사 콘텐츠 저자단 멤버, 장기 후원자 등 다양한 멤버를 초대드리니까, 참가 여부와 무관하게 안내글을 보신 회원분들에게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커뮤니티라는 인식이 생겼을 것 같아요.”
C “팀 안에서 맥락 공유와 사전 시뮬레이션에 힘써서, 당일에 여유롭게 진행되었어요. 스스로 잘한 점을 말하자면 진행을 웃기고 유쾌하게 잘했는데, 두 진행자의 합이 잘 맞았던 것과도 맥락 공유와 연관되어 있어요. 서로 강점이 뭔지 아니까 저보다 더 여유로운 진행자에게 질문을 넘기고, 멘트를 받아 디테일을 설명해 주는 등 여러모로 손발이 잘 맞았어요.
D “맞아요. 저희 여섯 명(=TF 멤버)이 부분적인 기능만 해내는 담당자라기보다, 초반에 전체 큰 그림을 맞춰가는 과정이 있어서 매끄럽게 행사 당일이 흘러갔나 봐요. 모든 회의를 모든 멤버가 같이하지 않았더라도, 슬랙(메신저)과 노션 회의록에서 모든 자료를 열람할 수 있고, 큐시트를 겸하는 피피티를 공들여 만들어서 시뮬레이션한 게 맥락 공유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E “새로운 것을 자꾸 하는 게 즐겁고 자랑스러워요. 잘했던 걸 복제하기보다 자꾸 실험하니까 앞서가는 팀이라고 자부심을 느끼게 돼요. 교직 사회가 느리다는 인식도 있고 인디스쿨이 20년이 넘은 조직이라 지루해 보일 수 있는데, 신선한 분위기를 만들어온 것 같아요. 하지 않아 본 경험이니까, 더 색다르게 리프레시가 되었구나 싶고요. 특히 이번 TF는 서로를 소중하고 특별한 사람으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다 보니, 준비 사항이 많아도 과정이 즐거웠어요!”
Q. 게더타운이어서 더 좋았다고 느낀 점, 이번에 쌓인 노하우가 있나요?
A “줌으로 행사를 할 때는 사람 얼굴부터 확 뜨는데, 게더타운에서는 캐릭터로 시선이 분산되니까 낯선 마음이 줄어들었어요. 특정 세션이 열리는 공간으로 캐릭터로 걸어가면서, 행사에 천천히 몰입하는 무드가 되어서 좋았어요. 내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와 가까워져야 얼굴이 보이니까 다가가면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고요.”
B “게더타운 링크를 클릭하면 <체크인 룸>이 먼저 보이고, 이후에 <메인 맵>으로 이동하는 동선을 기획한 포인트가 좋았어요. <체크인 룸> 바닥에는 간단한 기능을 적어두었고, 환대를 위해 안내하는 사람이 기다렸는데요. 새로운 툴이 부담스러우신 분도 물론 계셨는데, 기능적인 도움을 1:1로 드릴 수 있어서 쉽게 적응하셨어요. 정년 퇴임을 앞두신 선생님께서 ‘게더타운에 접속해 보니 왜 학생들이 게임을 하는지 알 것 같다’고 말씀해 주신 것도 기억에 남아요.” cf. 체크인 룸에서 메인 맵 이동하는 영상
C “게더타운 맵 작업은 일주일 동안 몰아서 했는데, 레고 만들기처럼 재밌게 잘했어요. 초반 맵 디자인 이후에는 게더타운에서 발생 가능한 예상 시나리오를 리스트업 해두고 협업해서 좋았어요. 이곳에는 몇 명까지 들어갈지, 현장학습처럼 이동하면서 말하면 어디부터 들리지 않는지, 스포트라이트 된 사람이 안 들릴 때 어떻게 할지 등을 점검해 봤어요. 게더타운 문제가 생길 것을 대비해서, 플랜 B로 줌 링크 모음과 안내 문자까지 준비해 두었고요.”
D “리트릿 준비 기간에도 맵을 열어두었는데, 배우다 세션 호스트, 숲 해설사 선생님이 미리 게더타운 맵에 접속해서 시뮬레이션하시더라고요. 사전에 연수 공동 진행자가 공간에 와볼 수 있으니까, 처음 하는 연수더라도 익숙한 공간이 되어 부담이 낮춰졌을 것 같아요. 또 숲 해설은 길 곳곳에 심어둔 자연물 사진을 활용해서 설명과 퀴즈를 하는 등, 동선을 많이 활용하는 장치가 가능하다 보니 역동성을 더해볼 수 있었어요.”
인디스쿨이라는 공통분모로 한 자리에 모인 이번 리트릿. 전체 14만 회원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소규모이지만, 60명 안에서 우리 커뮤니티가 지향하는 가치가 또렷하게 공유되기를 바랐습니다. TF 멤버 한 분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번 리트릿에는 하나의 ‘쇼룸’처럼 세세하게 인디스쿨의 가치가 녹아 있던 것 같아요. “우리 모두가 인디스쿨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모든 사람이 함께 행사를 만들어가고, 모두가 자기 이야기를 나누며, 다양한 경험 지식이 사람으로부터 사람에게 전달되는 시간은 인디스쿨 전체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리트릿에서 어떤 가치와 모양이 인디스쿨 곳곳에 스며들면 좋겠는지 고민한 경험이 내년에 기획할 프로젝트, 또 내년 리트릿에서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한 마음이 듭니다. 이상으로, 처음 대면하는 멤버가 대부분이었던 날이었지만 인디스쿨 리트릿답게 성황리에 마쳤다는 뉴스였습니다. 인디스쿨 리트릿 2021에 함께 해 주신 선생님들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인디스쿨은 소중한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디스쿨을 통해 아이들의 행복과 교사의 성장을 꿈꾸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이나 기업의 기부 없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공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 힘은 선생님들의 후원에서 비롯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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