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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의 갯배

아바이마을 갯배에서

by Jay


20200110_142452.jpg 아바이마을은 속초 땅에서 일분도 안 되는 거리지만 갯배를 타지 않으면 닿을 수 없다

아비가 검정 봉지를 들고 갯배에 올랐다

주먹만 한 꼬슨 통닭이 비린내를 누른다

노래 부르는 날은 지갑에 오만 원이 있다

막소주 취기에도 눈빛은 훈장처럼 빛난다.

비가 오지 않았고 아직 죽지 않았다

아바이마을, 여기 사는 나는 이름마냥 살았나

마른 주름이 돋을새김으로 미간에 뻗친다

아버지의 아버지는 북에서 났다

갯배도 배라고 장산곶 마루 가자 가자, 하던 어느 날의 밤

바싹 마른 그 손등 우에로 파도가 일었다

바다에 나 바다에 죽는 게 갯마을 갑남을녀

지방에 새길 이름만 남았다면 넋이야 파도에 묻는 이치

더운 나라에서 온 아내의 긴 머리 쓰다듬다

섬처럼 외로웠단 어깨를 토닥인다

아비는 견디는 사람, 일렁이는 바다를 버텼다면

누구의 슬픔인들 그리할 수 없을까

들어온 길로 나가는 아바이마을

오징어순대마냥 칸칸이 썰린 외로움

협궤열차같이 먼길 떠나는 이 저녁에.


2020. 0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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