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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에서

겨울 해수관음이 의상에게

by Jay


해는 산 아래로 졌지요

그러니 이제 좇아가지 말아요, 당신

법과 경은 하늘과 바다의 것

내 곁에 머무르며 따뜻함을 배워요.

비단 머릿결 버리고 무릎 꿇은 이

헤맬 땐 내 사람이었지만

이젠 내세와 부처 앞의 날숨

나는 여음으로 사라질게요.

동해 파도의 사금파리도 그렇답니다.

해 뜰 때 빛을 흐리고 바람에 사라지는 그 포말.

당신은 깨달으세요. 저는 찬 모래에 머물다

거기 마지막 당신 모습 그리겠어요.

결국 바람이, 부처가 되겠다는 마지막 따옴표

나는 그 앞에서 밭 가는 낡은 호미와

매끄러운 나막신으로 남을게요, 당신.


2020. 0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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