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과 바다 그리고 당신
망치질하듯 내 맘에 쿵쿵, 자국을 내며 걸어가는 당신
작은 어깨에 묻은 시간들을 읽고 싶어 손 끝으로 만져보았다.
늙은 배우들 권작하는 시민극장 대폿집을 지나
오랜 대본 모서리마냥 헤진 깃 추키며 깃드는 아귀찜 골목 어귀
공평한 가난의 무게를 나눈 채 썰물인 듯 사라지는 이름들을 배웅하며
나도 기꺼이 우리인 날들을 견디어보기로 한다.
흥청이는 선술집 가락을 헤치고 들려오는
늦은 장마가 남쪽을 지난다는 소식.
잡은 손 사이로 피어나는 모음과 자음이
우주로 타전되는 밤,
웅크리고 앉아 풀꽃을 헤아리다
빗금처럼 웃어주는 나의 바다,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