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배고파

오늘은 뭘 해 먹지?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 뭐예요?'

 나는 주저 없이 대답할 수 있다. 

 '된장찌개요.'

된장 찌개면 밥 한 그릇 뚝딱

 어릴 적 어머니께서 뚝배기에 된장찌개를 푸짐하게 끓이시면 된장찌개만으로 밥 한 그릇을 뚝딱 먹고 뚝배기 바닥을 뚫을 기세로 숟가락으로 퍼 먹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 둘째 아들이 어릴 적 나처럼 밥 다 먹고 된장찌개 뚝배기 바닥을 긁어먹는 걸 보고 짜다고 먹지 마라 했지만 속으로는 된장찌개 뚝배기를 긁어먹는 것도 유전자에 포함되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요리를 잘한다. 반찬도 뚝딱뚝딱 잘 만들어 낸다. 그런데 자연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간은 세지 않게 하고 유기농을 위주로 식단을 꾸민다. 어릴 적 어머니의 강한 간에 길들여져 있는 내 입맛에는 싱겁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와이프 성향을 내가 바꿀 수는 없으니 휴직 전에도 간간히 내가 반찬을 하고 집에서 요리를 하곤 했다.

 그리고 내가 육아 휴직을 하고 와이프가 일을 하러 다닌 후부터는 내가 다 하려 하고 있다. 와이프가 간혹 밥을 짓는다던지 설거지는 해주지만 음식을 하고 반찬을 만드는 건 내가 다 하고 있다. 간을 보는 것도 아내와 아이들은 아내의 싱거운 간에 맞춰져 있어서 내 기준에서 최대한 약하게 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차린 밥상

  쇠고기 뭇국, 깍두기, 무생채, 제육볶음, 깻잎김치, 오이무침

 저 상위에 있는 모든 것은 내가 다 만든 것들이다. 음식을 하는데 재미를 들이다 보니 이제 깍두기를 담고 김치를 담는 경지에 이르렀다. 와이프가 자기가 한 거보다 내가 한 게 맛있다고 하는데 정말인지 나를 계속 시켜먹기 위한 고도의 칭찬 전략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와이프와 아이들이 맛있다고 잘 먹어주니 나도 신이 나서 또 음식을 만든다.

 어머니들의 일생의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일까? 아마도 '오늘은 뭘 해 먹지?' 일 것이다.

 반찬을 돌려막기 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어머니들께서 왜 그렇게 반찬을 많이 하시고 곰국을 그렇게 많이 끓여 놓으시는지 나는 너무 공감한다.

 육아 휴직하면서 정말 많을 것을 경험하는 중이다. 내가 '오늘 저녁은 뭐 해 먹지?'라는 고민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 하지만 된장찌개 바닥을 긁어먹고 있는 우리 아들을 보면 뿌듯한 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