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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드라 Nov 26. 2020

아빠! 제주도 가자

부자 3대 제주 여행 #3. 2일 차 여행이야 집안일이야?  

제주에서의 첫 아침 날씨는 흐림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커튼을 걷고 보니 한라산이 똬악~!


날씨를 확인하니 구름이 많은 날씨. 비만 오지 않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주변에 걷을 만한 곳을 재빠르게 찾아봤다. 그리하여 찾은 곳이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 숲 속이고 코스도 그리 길지 않아서 아버지와 아들과 함께 산책할 만한 곳이었다.


어제 장 봐온 재료와 아버지께서 가져오신 반찬으로 아침밥을 먹고 여행 출발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 입구
입장료는 비싸지 않아요

 

코스는 이래요


겨울 초입에 구름이 많은 날씨여서 숲 속은 쌀쌀했고 그래서인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숲 속 길에는 데크가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어서 걷기도 편했다.


아들 녀석이 앞에서 걸어가다 무엇인가를 계속 줍기 시작했다.


도토리가 신기했나 보다.


무엇을 하는지 가만히 보니 땅에 떨어져 있는 도토리를 주워 모으고 있었다. 아마 평소 같았으면 손 더러워진다고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여기는 제주도... 마음껏 주워 모으렴


네가 다람쥐냐?


그 사이에 많이도 주웠네. 손자가 도토리를 계속 주워 모으자 할아버지도 가세했다. 금세 아들 녀석의 주머니는 도토리로 가득해졌다.


"아들, 도토리 모아서 뭐 할 거야?"

"집에 가지고 갈 거야."

"집에 가져가서 뭐할 건데?"

"그냥 가지고 갈 거야."

"아들이 도토리를 그만큼이나 가져가면 다람쥐는 뭘 먹고 겨울을 지낼까? 겨울이어서 먹을 것도 없을 텐데."

"그래? 그럼 다시 놔둘래."


귀여운 녀석


잘 정비되어 있는 산책로


나이를 먹으면서 숲이 주는 포근함, 편안함이 참 좋다. 폐까지 정화되는 듯한 깨끗한 공기는 물론 이거니와 많이 걸어도 발이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오전 숲 속 산책을 마치고 근처의 식당을 검색해서 점심식사를 했다.


산책 후의 점심 식사


아버지와 나는 돼지 두루치기와 찌개, 그리고 아들 녀석은 고등어를 맛있게 먹고 난 후, 오후에는 무엇을 할까 근처를 탐색해 봤다.


그때 내 눈에 띈 곳이 '산방산 탄산 온천'


산책도 했겠다 밥도 먹었겠다 따뜻한 물에 몸을 지지면 금상첨화겠다 싶었다.


산방산 탄산온천 입구
요금은 이래요


온천탕에서 몸을 따뜻하게 하게 하고 나니 정말 개운했다. 아~ 이맛이구나 싶은 내가 생각해도 환상의 코스였다. 온천까지 마치고 나니 짧은 늦가을의 해는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럼 우리도 집에 가야지


저녁 식사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 준비를 했다. 김치찌개 끓이고 불고기 만들어서 아버지께서 가져오신 밑반찬과 함께 먹으니 꿀맛이었다. 아들 녀석은 배탈이 낫는지 하루 종일 배가 아프다고 해서 밥을 끓여서 먹였다.


밥을 먹고 빨래를 하러 지하의 빨래방에 갔는데 빈 기계가 없었다. 남은 시간을 보니 한참 걸릴듯해서 방에 올라갔다가 11시쯤 다시 내려와서 빨래 돌리고 건조기 돌리고 나니 12시 반이 되었다.


빨래를 마치고 방으로 올라오니 아버지와 아들 녀석을 이미 깊은 꿈나라로 가셨다. 


참 신기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이런 조합의 여행이 가능했을까 싶다. 밥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여행코스 찾고 식당 찾아서 밥 먹고... 젊은 시절의 나는 귀차니즘의 일인자였다. 대학 시절  아버지와 둘이 살면서 밥이나 청소, 빨래를 한 횟수는 거의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랬던 녀석이 결혼하고 손자와 함께 온 여행에서 바지런하게 하루 종일 움직이는 것을 보시고 아버지는 어떤 심정이셨을까? 예전에는 왜 부지런하게 집안일을 하지 않았는지 섭섭하실까? 아니면 이제라도 인간 됐다며 안도하실까? 워낙 표현이 많으신 분은 아니셔서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만약 내가 아버지 입장이라면 후자이지 않을까? '저놈이 그래도 결혼하고 애들 낳아서 키우니깐 사람 됐네'라고... 애들 키우면서 나도 커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 상기 여행은 코로나 19 발생 전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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