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배고파

휴직 기념 파티

by 인드라

드디어 다가온 육아휴직


아빠는 휴직 시작 전날 회사에서 정리를 했다. 자리 정리는 물론이고 노트북에 들어 있던 파일도 모두 서버에

올렸다. 개인 짐도 모두 정리했다. 이 육아휴직이 끝나고 '내가 이 자리로 돌아올까?'라는 생각을 해봤지만 지금 마음이라면 아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아빠는 있던 흔적을 남기지 않고 모두 정리했다.


회사로 다시 돌아올지 그렇지 않을지 지금은 확신할 수 없다. 1년 동안 마음껏 고민하고 생각을 정리해 볼 생각이다. 굳이 답을 미리 결정할 필요는 없으니깐...


10년 넘게 일한 회사에서의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금 착잡한 마음이 없지 않았으나 그보다는 내일

부터는 회사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희열이 더 큰 것을 보니 아직까지 휴직이 잘못된 결정은 아닌가 보다.


오후에는 회사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정시에 퇴근을 했다. 코로나 덕분에 회식도 못하는 차에 팀원들과

식사도 한 번 못해 아쉽기도 했지만 어쩔 수 있나.


집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고 현관에 들어서는데 집에 아무도 없다. '휴직하는 날이라고 엄마가 조용히 정리할

시간을 주려고 애들과 어디 갔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불이 켜지고 '아빠! 수고하셨어요.'라는 엄마와 아이들이 준비한 휴직 기념 서프라이즈 파티가 나타났다.


와이프와 아이들이 준비한 휴직 기념 서프라이즈 파티, '아빠 수고했어요.'


세상에 휴직한다고, 그동안 수고했다고 파티를 열어주는 와이프라니... 이런 사람 본 적이나 아니 들어본 적이라도 있습니까? 마치 생일상 같은 파티상과 아이들의 조막손으로 만든 선물들...


20201028_102947-2.jpg 아이들이 만든 '우리 가족'


엄마가 아빠를 위해 준비한 구찌 지갑과 현금이 술술 풀려나오는 꽃다발도 감동이었지만 엄마와 아이들이 쓴 손편지를 보고 아빠는 몇십 년 만에 울 뻔했다. 애들 앞이라 가까스로 눈물을 참았지만 아빠의 수고를 인정해주는 가족들이 정말 한없이 고마웠다.


우리나라에 휴직 기념 파티와 선물을 받아본 아빠가 몇 명이나 있을까?


내가 살아가는 이유들... 무지무지하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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