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가족은 회사 사택에 거주하고 있다. 사택은 전원주택처럼 지어져 있어 아이들 키우기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사실 처음 사택에 들어올 때, 나는 반대했었다. 사택에는 회사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으니 퇴근을 하고서도 회사 사람들과 엮이게 될 것 같았고 그게 싫어서 절대 사택에 입주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사택을 한 번 와본 와이프는 사택의 자연환경에 반해 버렸고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사실 아파트에 살 때, 아이들을 조심시키느라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와이프와 나는 우리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밑층에 사시는 분이 뭐라고 한 적은 없었지만 우리 스스로 조심을 해야 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주말이면 항상 밖으로 나왔고 캠핑도 시작을 했었다.
하지만 사택에서는 아이들에게 그런 얘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2층 구조의 다가구 주택으로 지어져 있고 1,2층을 모두 한 집에서 사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더 이상 뛰지 말라고 할 필요가 없다. 3보 이상은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나무 계단을 쿵쾅거리며 뛰어 내려오는 아이들은 층간 소음과는 상관없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다. 베란다 창문만 열면 바로 잔디밭이고 조그마하지만 텃밭도 있어 고추나 토마토 등을 심어서 먹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텃밭에 가서 고추 좀 따오라고 해서 따온 고추로 음식도 한다. 집에서 이런 환경을 접해본 아이들이 대한민국에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사택에서 나와야 하는 사정이 생겼다. 사택 근처에는 초등학교가 없고 상당한 거리를 나와야 초등학교가 있다. 원래 살던 아파트와 사택이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서 초등학교를 전학시키지 않고 그대로 다니게 하면서 와이프가 등, 하교를 위해 차를 가지고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을 지금은 내가 하고 있다. 하지만 내 육아휴직이 끝나면 차로 데려다 줄 사람이 없고 학교와 사택은 거리도 거리거니와 후면 도로를 대부분 지나야 하는데 교통량도 많고 인도도 제대로 없는 구간이 많아 위험한 길이 상당 거리에 있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전에 살던 아파트는 세를 주고 있었는데 1층 아파트를 구하기 위해 처분을 했다. 그리고 1층 아파트를 구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잘 구해지지가 않는다. 아파트 값이 많이 오르면서 관망세가 두드러졌다. 매물이 나와있던 아파트들이 많이 자취를 감췄고 당연히 1층 매물도 보기 힘들어졌다. 아직은 시간 여유가 있어서 1층 매물을 기다리고 있지만 마냥 시간을 흘러 보내기 아까워서 애를 태우고 있는 중이다.
사실 1층을 고집하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바로 집을 구해서 들어갈 수 있는데 1층을 고집하다 보니 기다림이 길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이 지금 1층이 아닌 아파트에 들어가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눈에 선하게 보인다. 아이들의 생활 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테니 쿵쾅거리며 뛰어다닐 테고 그러면 와이프와 나는 아랫집 눈치를 본다고 아이들에게 뛰어다니지 말라고 잔소리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나는 그런 상황을 애초에 만들고 싶지 않아서 1층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층간소음 관련해서 이슈도 많고 안 좋은 소식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확실한 대안은 1층 집을 구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요즘은 아파트뿐만 아니라 주택과 다 세대 주택까지 매물을 보고 있는데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듯하다.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고 층간소음 피하기 위해 1층으로 구해야 하고, 아이들 등, 하교가 안전하게 도보로 가능한 학교 근처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