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3대 제주 여행 #9. Epilogue
2019.11.24 ~ 30
제주도 3대 여행을 다녀온지 1년이 지났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때 일주일간의 제주 여행 이후, 코로나 덕분에 제대로 여행다운 여행을 가본적이 없다. 그래서 그나마 코로나가 좀 잠잠했던 지난 11월에 제주도를 혼자 다시 가려고 비행기 티켓도 예매하고 숙소도 예약을 다 해놨다. 이번에는 혼자 가서 내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인 올레길 걷기를 다시 이어서 도전해 볼 요량이었다.
그런데 모이라이의 장난인지 하필 그 시기에 부동산에 내놨던 집이 팔렸고 여행 예정 2일째에 잔금을 받아서 기존 대출 건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와이프에게 일임하고 여행을 갈까도 생각해봤지만 와이프가 이런 쪽의 일을 해본적이 없고 연차를 사용해야 되어서 그냥 여행을 취소했다. 그후 날씨가 추워지고 코로나의 확산세가 다시 나타나면서 나홀로 제주도 여행의 꿈은 접어야 했다.
제주 여행은 나에게는 일종의 탈출구의 의미가 깊다. 현실이나 회사 생활에 찌들어 갈 때, 한번씩 제주 여행으로 재충전해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곤 했다. 그래서 한동안은 제주앓이에 빠져 제주로 이사를 갈 생각으로 이것저것 알아 본 적도 있을 정도였다. 물론 결론은 제주도로 휴가만 가는 것으로 끝났지만 말이다.
하지만 '19년의 3대 제주도 여행은 제주 여행 자체의 의미보다는 아버지와의 의미가 깊은 여행이었다. 아들이 끼여있기는 했지만 아버지와 둘이서 처음으로간 여행이었다. 아버지와 아들과 나...
아버지는 좋고 싫음에 대해 가타부타 말씀을 하시는 스타일이 아니시다. 좋고 싫음을 밖으로 잘 표현하시지 않으신다. 그래서 그냥 지레짐작으로 이건 좋아하시겠지 아니면 이건 별로 좋아하시지는 않겠구나 추리를 해야한다. 그런데 이번 제주여행은 꽤나 마음에 드셨나보다. 여행기간 중에 찍은 사진을 앨범으로 만들어서 본가에 가져갔더니 사진을 하나씩 보시면서 추억을 떠올리시며 정말 좋은 여행이었다고 말씀하셨다. 사실 아닌척했지만 속으로는 좀 놀랐다. 아버지께서 저런 표현을 하시는 것을 이전에 본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3대 제주 여행이 나에게 주는 의마보다 더 큰 의미를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실지도 모를일이다. 아마 다시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나는 다시 제주 여행을 시도할 것이다. 이번에는 어떻게 가볼까? 나 혼자 가보고도 싶고 아니면 이번에는 아버지와 큰딸과 함께 가볼까? 아니면 아이들은 맡겨놓고 아버지와 와이프랑 세명이서 가볼까? 아버지께 여쭤보면 아마 틀림없이 이렇게 말씀하실거다.
'나는 괜찮다. 저번에도 다녀 왔는데. 너네끼리 재미있게 잘 다녀와라.'
그러면 나는 아마 비행기 티켓이랑 숙소 예약 해버리고 예약이 되어서 가야한다고 말씁드리겠지. 취소할려면 취소수수료가 엄청나게 든다고...
아버지한테 하고 싶은 말인데 잘 못하는 말을 글을 빌려서 해본다.
"아버지,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