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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드라 Dec 15. 2020

늦었지만 괜찮아, #1. 프롤로그

#1. 프롤로그

 참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이다. 구입한 지 1년도 안된 스마트폰은 구형이 되어 버리고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아니 앞서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교육열에 불타는 어머니 덕분에 1~2년 정도 선행학습을 하며 지냈으니 좀 빠르게 살아왔다. 초등학교, 아니 나는 국민학교 세대이다. 국민학교 4학년 정도부터 5~6학년 과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요즘 서울 강남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수학의 정석을 배우고 있다고 하니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기 위해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빠르게 살아왔는데 20살 이후, 나의 삶은 또래에 비해 뒤쳐진 완전 지각 인생이었다.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군에 다녀왔으니 여기까지는 평균적으로 살아온 듯하다. 하지만 군에 다녀온 후 재수생활을 시작했고 2년간의 재수 생활로 인해 그 이후의 삶이 완전히 늦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늦게 시작을 했으니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 조바심을 가지고 살았을 것 같지만 내 원래 성격이 느긋한 건지 딱히 그런 삶을 살지는 않았다. 뒤돌아 보면 좀 늦은 인생을 살아서 좀 더 길게 보면서 어차피 늦은 인생 즐기면서 살아왔던 게 아닌가 싶다.


 요즘 재수생이나 취준생들이 명절에도 쉬는 것을 포기하고 공부를 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친척들이 많이 모인 명절에 재수생이나 취준생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불편하기에 명절을 포기하고 차라리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재수를 하는 학생들이 많아져서 재수에 대한 생각이 많이 일반화되었지만 내가 대학을 갔던 90년대 후반에는 재수는 아주 특별한 선택이었다. 재수를 한다고 하면 조금 특이한 시선으로 보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내가 군대에 다녀온 2000년대 초반에는 이런 시선들이 매우 달라져 있었다.   


 재수를 어려워하지 않는 분위기와 조금만 더 공부하면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재수 한 번 해볼 생각은 없냐는 아버지의 권유는 쐐기를 박았다. 군대 다녀와서 집 앞 약국에서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과 아버지의 도움으로 재수를 시작했다. 4~5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수험생 생활은 정말이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그리고 그 후, 다시 대학에 들어가서 1학년으로 입학했을 때, 나의 나이는 어느덧 26살. 나이 많은 신입생이면 조용히 학교 다니고 졸업해서 나가면 되는데 나는 또 동아리며 뭐며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다. 그리고 졸업해서 처음 회사에 입사한 나이가 30살이었다. 30살이면 정상적으로 대학 졸업하고 입사한 사람이라면 대리가 되었을 나이다.


 파란만장한 스토리가 기대되지 않는가? 또래에 비해 늦은 인생을 살았지만 나름대로 살아온 나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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