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드라 Jan 05. 2021

아빠! 배고파, 아이들 주식 계좌 만들기

아이들 주식 계좌 만들기

 와이프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 명의로 조금씩 적금을 들어주었다. 매달 들어가는 적금과 명절 때 친척분들께 받은 돈 등을 합치니 좀 큰돈이 되어서 어떻게 해줄까 고민을 하다가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어서 거기다가 목돈을 다 넣어 두었었다.


 그런데 최근에 마침 그 생각이 나서 통장을 보니 돈을 모아두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었다. 저금리 기조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금리가 좀 올라간다고 해서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길 만큼의 금액도 아니다. 그래서 와이프와 논의 끝에 아이들의 주식계좌를 만들어서 장기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주기로 했다. 


 내가 돈이 많아서 엄청난 돈으로 주식을 사서 물려줄 건 아니니깐 좀 어려부터 금융과 주식에 관심을 가지고 올바르게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물론 최근에 주식이 크게 오르는 것과 무관하지는 않지만 몇 년 전부터 와이프와 얘기하던 것을 실행에 옮겼다.


 그런데 아이들이 미성년자이다 보니 주식계좌를 만드는 것이 간단하지가 않았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 은행에 먼저 전화로 필요한 서류를 확인했다. 은행마다 필요한 서류가 다를 수 있으니 꼭 먼저 전화로 확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주식계좌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들 명의의 입, 출금 통장과 해당 통장의 인터넷 뱅킹이 필요하니 이를 위한 서류도 별도의 준비가 필요하다. 이전에 아이들의 명의의 통장과 인터넷 뱅킹이 신청되어 있다면 수고를 좀 덜 수 있다.


 2020년이 가기 전에 해주고 싶어서 한 해의 마지막 날, 거사를 준비했다. 아이들 명의의 통장과 도장, 나와 와이프 신분증을 챙기고 동사무소에 가서 기본 증명서와 가족관계 증명서 등 필요서류를 떼고 은행에 도착했다.


 첫째 딸은 입, 출금 통장이 있었지만 인터넷 뱅킹이 없었고 둘째 아들은 입, 출금 통장 조차 없었다. 그리하여 통장 만들고, 인터넷 뱅킹 신청하고 주식 계좌 신청해서 처리하는데 거의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어른들은 요즘 은행 업무를 거의 비대면으로 가능하지만 아이들은 미성년자이다 보니 비대면으로 은행 업무를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20분 정도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12시쯤에 은행에 방문했다. 마침 점심시간이었는데 내 업무를 보시느라 담당하시는 분은 점심 식사도 늦어지신 듯해서 너무 죄송했다. 코로나 덕분인지 은행에 사람이 많지 않아서 다행이지 사람들까지 많았다면 정말 미안했을 것이다. 


 회사 다니시는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 다 되어서 업무를 주는 사람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정말 싫다. 아무리 은행 고객이지만 은행원들 입장에서는 점심시간 다 되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업무를 그것도 한 해의 마지막 날 하는 것이 즐겁지만은 않았을텐데 끝까지 친절하게 진행해 주셔서 감사했다. 


 주식계좌를 만들고 집에 와서 아이들에게 너희 명의의 주식계좌가 생겼노라고 이제 금융과 주식에 대해 좀 알아가 보자고 했더니 별생각 없는 표정으로 대꾸도 안 했다. 어떨까? 한 20~30년 후에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어렸을 때부터 주식계좌를 만들어서 금융과 주식에 관심을 가지도록 해 준 것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할까? 

 

 대박 터지면 반땅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빠! 배고파, 새해맞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