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중 연말정산
육아휴직을 시작한 지도 7개월 여가 지나고 있다. 새해가 밝고 나서 뉴스에서 연말정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아! 나도 연말 정산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회사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육아휴직 중이어서 회사에 나와서 연말정산을 진행해달라는 말이었다. 육아휴직급여와 와이프가 일하면서 월급을 받고 있지만 내가 월급 받을 때보다 경제적으로 압박이 조금 있는 건 사실이었기 때문에 조금 반가웠다.
전날 저녁에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해서 연말정산 내용을 확인하고 아침에 회사에 들어갔다. 10년을 넘게 다니던 회사였지만 7개월 정도 출근을 하지 않았기에 조금은 어색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회사에 도착하니 어색한 기분은 정말 1도 없었다.
육아휴직 중 연말정산은 전년도 기간 중, 내가 육아휴직을 시작하기 전에 기납부된 세금에 대해서 진행된다. 나의 경우에는 7월부터 육아휴직이 시작되었기에 그 이전 기간 동안에 대해 연말정산을 진행했다. 돈을 번 기간은 7개월이고 돈을 쓴 기간은 12개월이었기에 연말정산 결과 기납부 세금 거의 대부분을 돌려받게 되었다. 많이 썼기 때문에 돌려받는 돈인데 이걸 좋아해야 할지 조금 헷갈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단 내주머니에 생각지도 않은 돈이 들어온다니 좋은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회사의 후배들은 요즘 많이 힘들어 보였다. 작년에 나를 비롯해서 결원이 몇 명 발생했는데 충원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었다. 나보고 빨리 컴백하라던 후배의 수척해진 얼굴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린다.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대기업에서 인력 관리를 저렇게 밖에 못하는 걸 보니 좀 답답하긴 했다.
회사에서 볼 일을 마무리하고 후배와 회사 근처 중국집에 가서 식사를 하고 나오면서 계산을 하려고 하니 자기가 나보다 돈을 잘 번다며 후배가 계산을 했다. 그래 네가 백수보다는 많이 버니깐 계산해라. 나중에 내가 돈 더 벌면 밥 사 주마했다.
후배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해보니 회사 다닐 때 지금 이만 때가 일 년 중 주머니가 제일 두둑한 시기였다. 전년도 미사용 된 연차에 대한 수당과 성과급, 그리고 연말정산 환급분까지... 코로나가 터지기 전 이맘때쯤이면 어떻게 돈을 쓸까 궁리했다. 목돈이 필요한 곳에 사용도 하고 가족끼리 해외여행도 다니고 했는데 이제는 코로나 덕분에 꿈도 못 꿀 일이 되어 버렸다. 언제나 자유롭게 여행 떠나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쨌든 돈 생겼다. 랄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