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배고파, 혼자만의 여행

혼자만의 여행

by 인드라

'카톡'


'유럽 여행이라도 다녀와. 혼자...'


출근한 와이프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김영하 작가가 쓴 책을 보고 작년에 집 계약 문제로 나 혼자 가기로 했다가 취소된 여행이 생각이 났나 보다. 육아휴직은 7개월이 넘어가고 있는데 코로나와 이런저런 문제로 인해 처음 계획한 일들이 진척된 게 거의 없다 보니 내가 많이 답답할 것이라고 배려해준 거다.


혼자 유럽여행이라니 귀가 솔깃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 더군다나 유럽여행은 영 꺼림칙해서 갈 수가 없다. 그러면 저번에 갈려다가 가지 못한 제주도에 혼자 좀 다녀오겠다고 했더니 와이프는 단번에 오케이 했다. 2월 초에 아이들이 봄방학에 들어가면 설 연휴 이후에 2주 동안 제주도에 혼자 가기로 했다.


혼자 비행기와 숙소를 알아보고 아직 완성하지 못한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올레길도 이어서 걸을 생각을 하니 또 기분이 몽글몽글해진다. 혼자 기분 좋아서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또 이놈의 집 걱정이 시작되었다. 내가 2주나 없으면 와이프 출근하고 애들 밥은 누가 챙겨주고 와이프는 일하고 와서 또 집안일을 하루 종일 해야 된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그러면 저번에 아들만 데리고 제주도에 갔으니깐 이번에는 딸만 데리고 갈까? 아니지 그러면 아들 녀석 혼자 집에 있어야 되니 안되고... 그러면 애들 둘 다 데리고 갈까? 애들 학원을 오래 빠져야 되고, 그러면 올레길은 다 걸었네... 와이프만 혼자 집에 있으면 적적 할 텐데... 와이프 휴가 내고 식구들 다 데리고 짧게 다녀올까? 뭐야, 결국 온 가족이 다 가야 되네...


걱정이 꼬리를 물고 나오자 결국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했다. 비행기표도 숙소도 예약하지 못했다. 물론 나 없어도 애들은 자기 먹을 것 잘 챙겨 먹고 와이프도 할 일을 알아서 다 잘할 것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가족들 다 두고 혼자 여행 간다는 죄책감? 이 나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다가 아마도 와이프한테 한소리 듣고서야 예약을 시작할 거다. 아마도...


코로나 덕분에 여행이라는 일상이 우리와 너무 멀어져 버렸다. 와이프 덕분에 오랜만에 가슴 뛸만한 일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