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회사에서 과장 진급을 하고 1개월 동안 안식월 제도를 사용한 적이 있다. 그때, 2주 정도 혼자 제주에서 올레길을 걸으면서 여행을 했다. 처음 올레길 걷는다고 트레킹화도 사고 배낭도 사고 만반의 준비를 해서 갔겄만... 새로 산 트레킹화가 발에 맞지 않았는지 3일만에 내 발바닥은 물집으로 뒤덥혀 성한 발바닥이 얼마 남지 않는 지경까지 됐다. 이후 일정은 휴양으로 변했다.
2019년에도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제주에서 7일 정도 보냈다. 물을 좋아하는 애들이 여름에 해수욕 실컷 하라고 보낸 제주 함덕에서의 휴가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좋은 날씨와 맛있는 음식들... 그때까지 보낸 여름 휴가 중 최고였다. 애들과 와이프의 만족도도 정말 높았다. 올해도 여름에 제주도에 가고 싶었지만 코로나 19 때문에 무산되었다.
여러 번의 제주 여행에서도 기억에 많이 남는 여행은 아버지와 아들과 함께한 7일간의 제주 여행이었다. 2019년 여름 8일간의 제주 여름 여행 때,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3박 4일 일정으로 제주에 오셔서 함께 휴가를 즐겼다. 그런데 혼자 계시는 아버지와는 휴가를 함께 보내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여름 제주 여행의 후유증으로 제주 앓이를 하고 있던 차에 11월쯤 다시 제주를 가려고 기회를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둘째 아들과의 부자 여행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버지를 모시고 함께 가서 3대 제주 여행을 해보자는데 생각이 미쳤다.
바로 아버지께 전화를 해서 일정이 되시는지 확인했다. 아버지 특유의 "시간은 되는데 나는 안 가도 된다. 너네끼리 잘 놀고 와라."라는 답변을 듣고 바로 비행기와 숙소부터 예약해 버렸다. 여행은 이렇게 일단 저질러 놔야 갈 수 있다는 것을 다년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비행기와 숙소 예약 후, 아버지에게 이제 다 예약해서 무조건 가셔야 한다는 통보를 드리고 여행에 필요한 물품 리스트도 보내드렸다. 아버지도 제주도를 가보긴 하셨지만 이렇게 긴 시간 자유로운 일정으로 가 보신 적은 없으셔서 내심 기대를 많이 하고 계신 듯했다.
생각해보니 아버지와 단 둘이 여행가 본적이 한 번도 없었다. 1998년에 어머니께서 일찍 돌아가시고 두 아들 대학 공부시키신다고 고생만 하신 우리 아버지, 취직하고 떨어져 살기 시작하고 바로 결혼까지 이어져서 아버지와 여행은 생각도 못해보고 살아왔다.
너무도 기대되었지만 한편으로 가만 생각해보니 아버지와 8살 아들을 내가 다 케어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음을 직감했다. 많이 힘든 여행이 예상되었지만 그래도 제주 여행이잖아~ 아싸~!
처음에는 저번 혼자 한 제주 여행에서 다 걷지 못한 올레길을 걷고자 했지만 아버지와 아들을 데리고는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고 날씨와 우리 상태에 따라서 유동적으로 현지에서 일정을 확정하기로 했다.
숙소는 제주도의 북쪽 제주시 쪽은 이미 많이 가봤으니 이번에는 남쪽, 서귀포쪽에 숙소를 정했다. 호텔방 보다는 자유롭게 음식도 해먹을 수 있는 리조트를 원했고 예산안에서 예약을 마칠 수 있었다.
숙소에서 일단 아침 날씨를 확인하고 풍경 좋고 산책이 가능한 곳을 찾아 오전에 산책 후, 근처 맛집을 찾아 밥을 먹고 오후에는 관광지를 한 곳 정도 보고 숙소로 와서 휴식하는 여유로운 일정으로 진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