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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Writer Aug 21. 2023

고생했어요~ 아기엄마!

잘 크거라 아가야.

서울에서 늦은밤 귀가를 하게 되었다.

고속버스를 예매한 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터미널에 도착해서 기다리다가

출발시간이 다 되어 플랫폼에 나갔는데, 버스가 들어오지를 않는다.

뭐지.. ? 옆에 아기를 안고 있던 아기엄마에게 묻는다.

‘15분 버스 아직 안온거죠?’

‘네.. 아직요’


아직은 열기가 가득한 한여름이라 밤이어도 열대야로 후끈한 날씨였다.

무슨일인가 싶은데, 안내방송이나온다.

버스에 문제가 생겨 출발이 지연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언제 출발하게 될지는 안내를 해주지 않는다

더위를 피해 실내로 들어가다 나왔다 하며 버스가 언제나 도착하려나 궁금해 하고 있는데,

아까 그 아기 엄마가 계속 신경이 쓰인다.

자그마한 키에 5, 6개월은 되어 보이는 아이를 아기띠로 안고, 큰 가방을 하나 짊어지고 있다.

아기띠의 아기 머리가 닿는 천 부분은 땀에 젖어 있다. 아이 엄마도 아기도 힘들고 지쳐 보인다.

’더운데, 안으로 들어가서 좀 기다려요. 버스가 언제 올지 모르겠어요’

‘애가 낯을 가려서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면 울어요’

‘아..네’


15분쯤 지났을까 새로 배차한 버스가 도착했다.

원래 기사분이 아닌 다른 기사분이 급하게 연락되어 오신듯하다.


기다리던 사람들이 버스에 오르고 자리를 찾아 앉는데, 그 아기엄마가 내 뒷자리다.

아까부터도 ’울면안돼, 알았지..‘ 하며 불안한듯 아이에게 다독이는데, 버스안에서 아이가 울까봐 걱정인 모양이다. 내심 나도 신경이 쓰였다.


30분쯤 달린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아기가 칭얼칭얼 보채기 시작한다.

아기 엄마는 아이를 달랬다 혼냈다 하며 아기가 울지 않게 애쓰는것 같았는데, 엄마의 바람과는 달리 아이는 점점 소리가 커지더니 급기야 울기 시작한다.

잠깐 일어서보기도 하고 아이를 어르고 달래고 혼도 내보지만 한번 울기 시작한 아이는 그칠줄을 모른다.

기사님이 출발할때 껐던 실내등을 다시 켜주셨다.

내부가 밝아지자 아이의 울음이 잦아든다.

한참을 달리다 다시 불을 껐더니 또 칭얼거리다 울다가 반복이다.


달리는 버스안에서 어찌할 줄을 모르고 아기엄마는 도착할 때 까지 얼마나 식은 땀을 흘리며 안절부절이었을까

내가 다 안쓰러웠다.

아기 엄마는 다른 승객들과 기사님께 연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며 차에서 내렸다.

한쪽에서 ‘괜찮아요~’ 하는 승객도 있었고, 기사님은 손사래를 치며 ‘아니에요’ 하신다.


늦은밤 귀가하는 버스에서 잠을 청하려던 사람은 아기의 울음소리가 불청객이 되어 짜증스러웠겠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저 말 못하는 아이의 불편함과 아기 엄마의 불안함, 속상함, 힘든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뭐라 할수도 없었을 것이다.

나도 속으로는만 ‘아가야~ 그만 울자~ 그만 울자..‘ 달래고 있었을 뿐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아이를 키울때 혼자 이렇게 대중교통으로 장거리를 이동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닥뜨리지 않아도 되었으니 다행이라 해야할지..

처음 혼자 아이를 데리고 성남에서 대전까지 운전을 해서 가야했던 날이 떠올랐다.

아이는 6개월쯤 되었을 때여던 것 같다. 명절 전날 혹은 전전날이었겠지 싶다.

남편이 퇴근후에 이동하려면 정체가 심해서 너무 오래걸리고 힘들것 같으니 아이를 데리고 낮에 먼저 가는게 좋겠다 했다.

나 혼자 애를 데리고 운전해서 가라고? 처음엔 서운한 맘도 들었다가 차안에서 아이가 오래 있는게 더 힘들 수도 있을것 같아서 그리하기로 했다.

중간에 울거나 떼를 쓰면 어떡하나 불안하고 걱정스런 맘에 아이에게 ’대전까지 잘 ~ 가보자‘ 속삭이며 뒷자석 카시트에 앉히고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는 CD를 꽂고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뒷자석이 조용~하다. 이 녀석 잠이 들었다. 아주 푸욱~ 쌔근새근.. 그러곤 도착할때까지 한번을 깨지 않고 곤히 잔다.

고마웠다. 아들! 그 습관은 여전하더라.

다 큰 아들은 지금도 차만 타면 어느새 잠이 든다. 요람이라도 되는냥..

하두 차만타면 자려해서 뭐라 했더니 지금은 물어보기도 한다.. ‘엄마, 저 자도 되요?’ ‘또 자냐~?’


’다시는 너 데리고 버스 안탈거야‘ 라던 그 아기엄마. 아이랑 버스타고 재밌게 놀러다니는 날도 올거니 좀만 잘 버티고 아기 잘 키우시길~ 바라는 맘이다.

작가의 이전글 일요일 아침, 드디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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