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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Writer Sep 07. 2023

마중물이 필요하다


마중물 이라는 단어가 있다.

말 그대로 ‘마중나가는 물’이란 순 우리말이다.

‘마중물이 되겠다.’ 여러 상황에서 자주 쓰이는 관용구이기도 하다.


지금은 주변에서 찾기 힘들지만, 나는 초등학교 시절, 아니 국민학교 시절에 학교에서 펌프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

방과후 교실 청소를 할때 펌프에서 물을 뿜어 양동이에 받아서 걸레를 빨아 청소를 했던 기억도 가물가물 있고, 운동장에서 놀다가 뛰어가 손을 씼기도 했던 것 같다.

물론 수돗가도 있었지만.


이 펌프로 물을 뿜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한 바가지의 물을 펌프에 부어 넣고 펌프 손잡이를 위아래로 펌프질을 한다. 그러면 이내 주둥이에서 물이 쏟아져나온다.


문득 마중물이 생각난 건 글을 쓸때도 마중물이 필요하구나 라는걸 느낀 순간이다.

내 안 구석구석 어딘가 잠자고 있는 생각들을 길어 올리기 위해서 외부로 부터 무언가 입력이 되어야 그것이 마중물이 되어 내 안을 휘휘 돌며 문자들을 길어올리기 시작한다.


책, 음악, 전시, 여행, 사람, 산책 그리고 무엇이나,

마중물은 어디에나 있고, 나는 그 물을 찾아내 내 안에 한 바가지를 들이부어야 했다.


사무실에 오랜시간 앉아 있다보면 머릿속도 몸도 굳어지면서 정체되어 가는 기분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사무실은 갇혀있는 공간이고 순환이 잘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이다.

더이상 숨쉬기 힘들다는 느낌이 오면 문을 열고 나간다.

건물도 역시나 밀폐된 공간이지만 사무실보다는 개방되어 있으니, 건물 내부를 한바퀴 돌고 오는것도 좋다.

아니면 현관을 나가 외부를 통해 옆 건물의 통로를 통해 다시 사무실로 복귀하는 경로는 더 좋다.

그도 아니면 건물 3층에서 연결된 옥상정원으로 나간다. 후욱 숨을 들이키고 하늘을 쳐다보면 긴장이 풀리면서 머릿속에 묵직한 것이 스르륵 풀어지는 것 같다.

아직 한낮의 해가 뜨겁지만 한여름 보다는 낫다.


문득 엄마에게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젖은 머리를 말리면서 했던 결심이었는데 이제 생각이 났다.

사실 혼자 옥상에 돌아다니느게 머쓱해 손에 든 휴대폰으로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기 때문이었다.

전화 받으시는 엄마의 목소리가 밝다. 이번주부터 다시 개강한 여성회관 댄스수업을 받으러 외출을 다녀오신 덕분인 것 같다.  이번에 새로 시작하는 수업 분위기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나누다가 (거의듣다가) 일요일 예식장 가기로 한 일정까지 정리하고 통화를 마쳤다.

혼자 계신 엄마가 좀더 밖으로 움직이고  활동하도록 장려하는 중이다.



순환이 되어야 한다. 몸속 피도, 물도, 공기도, 생각도..

정체된 것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움직여야 한다. 부지런히…


잠깐의 산책이 지금 내 마중물이 되어 주었고

엄마의 댄스 수업은 밝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마중물이 되어준다.

한 바가지만 떠서 넣자.

그 입력 대비 출력물의 보상은 꽤 보람차다.

입력<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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