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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Writer Nov 12. 2023

아들이 다녀간 뒤에

11.12. 일



저녁을 먹고 가겠다던 아들은 약속이 생겼다며 일정을 바꿔 점심을 먹고 서울로 돌아갔다.

12시 버스를 타기 위해 점심을 일찍 준비해서 먹이고 터미널에 태워다 주고 집으로 돌아와 설거지를 마쳤다. 아들이 자고 나간 침대를 정리하고 빨랫감을 세탁기에 넣어 작동시켰다.


아들이 다녀간 나흘동안 나는 분주했고 편안했고 안정감을 느꼈다.


지난 목요일 대전으로 행사가 있어 내려온 아들은 일을 마치고 저녁에 집으로 왔다.

그리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아예 처음부터 그러겠다고 선언을 했던..

날이 좋고 내 몸 컨디션이 좋았다면 토요일에 어디라도 끌고 나가려 했을 텐데, 나 역시 집에 늘어져있고 싶은 하루였다.


목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점심까지 내리 끼니를 챙기는 일은, 평소 집에서 거의 식사를 하지 않는 내게 약간의 부담감과 분주함을 안겨준다.

메뉴 선정부터 장보기,  요리하고 정리하기까지 일련의 ‘식’을 위한 가사노동이 내 자식을 먹이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고자, 잠자고 있던 본성이 깨어나듯 착착 진행이 된다.


즐겁고 기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하게 요리를 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매일 밖에서 사 먹거나 배달음식, 밀키트 제품으로 식사를 하는 아이에게 내 집에서 만큼은 내 손으로 직접 밥을 해서 먹이고 싶은 마음이 깊이 우러나오는 때문이다. 잘 먹는 아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 또한 흐뭇한 일이다.


이른 나이에 집을 떠나 반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아이인지라 늘 마음으로 품고 있다가 이렇게 눈앞에 마주하고 있으면 반갑고 마음이 놓인다. 올 상반기에 많이 다치고 아파 고생했던 지라 무탈히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아이를 마주하는 내 눈에는 꿀이 뚝뚝 떨어질 것이다. 아마 아들도 다 느낄 것이다.

다 큰 아들 녀석 볼 한번 만지고 싶다고 양손으로 부여잡고 토닥거려도 피하지 않고 가만히 내어주는 아들.

등, 엉덩이 툭툭 쳐도 무심한 듯 그런가 보다 한다.

 만나면 반가워서, 자기 전에 잘 자라고, 헤어질 때 잘 가라고 꼬옥 안아주면 저도 같이 안아준다.

그래서 참 고맙다. 저도 집 떠나 외로울 때도 있을 테고, 이렇게 한 번씩 집에 와서 보내는 시간이 편하고 좋을 테니..

너도 엄마의 그런 스킨십이 좋은 거지~라고 혼자 생각한다.


마음에 다 차지 않고, 잔소리하고 싶은 부분도 많다. 하지만 안다.

내 눈에 보이지 않은 그 어느 시간에도 아이는 자기의 할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으며, 자기의 삶을 살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그런 시간을 생각하면서 지금 당장 못마땅한 습관에 잔소리하고 싶은 마음은 꾸욱 눌러 놓는다.

스스로 깨닫고 아는 시간이 올 것이라고, 분명 알면서도 지금 못하는 거라고, 나 역시도 그러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걸 하고, 많은 경험들을 하고 부딪혀 보길 바란다. 스스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법을 배우고, 실패를 교훈 삼고 더 나아가기 위해 고민하는 그런 삶을 배우고 있는 아이에게 나는 따뜻하고 든든한 후원자로 있어줄 것이다.


그리고 아들이 더 씩씩하고 유쾌하게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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