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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Writer Nov 14. 2023

글을 쓰려고 마셨다

와인 해치우기


11.13. 월


토요일에 레드와인을 한병 열었다.

지난달 스페인에 다녀온 친구가 와인을 세병이나 선물해 주었다.

같은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레드, 로제, 화이트 각각 한 병씩


소불고기랑 같이 마시겠다며 그중에서도 레드를 골랐던 것이다.

잔뜩 마실 생각은 아니었어서 한잔을 조금 양이 많게 따르고 식사 내내 마셨다.


그리고 남은 와인은 이제 조금씩 조금씩 해치워야 하는 그런 존재가 되어있다.

일요일, 낮에 돌아다니다가 밤늦은 시간 집에 돌아와서 마침 배가 살짝 고팠던 터에 울릉도에서 사 왔던 호박빵 하나를 안주삼아 가볍게 한잔을 마셨다.


월요일, 야근 후 집에 와 씻고 글을 쓰려고 한 잔을 따라서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술이 글쓰기 연료라도 되는 냥 생각이 안 나면 잔을 빙글빙글 돌리기도 하고 유리잔에 코를 깊이 박고 향도 맡아본다.

주말에 아들 먹으라고 사놓았던 꼬깔콘을 안주 삼았다.

오늘도 많이 마실 생각은 아니었기에 반잔 정도 양이라 생각하는 정도로 따라놓았는데,

어느새 홀짝홀짝 바닥을 보이고 있다.


이제 그만 자야 한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이왕 쓰는 김에 좀 더 써보자는 관성이 작동을 해버렸다.

연료를 좀 더 태워야겠다.

다시 반잔쯤을 더 따랐고 문득 생각난 올리브가 둘째 잔의 안주가 되었다.

짭조름하고 특유의 향이 짙은 올리브는 내게 맥주 안주로도, 와인 안주로도 제격이다.


술이라는 이 오묘한 존재가 사람의 기분과 감정을 오묘하게 만들지 않겠는가.

살짝 취하나 취기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글쓰기가 만만치 않다. 문장이 유려하지 않아도, 문맥이 논리 정연하지 않아도, 단어 선정이 영 못마땅해도 그냥 쓰는 거라고 해서 쓰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발행하면 다시 쳐다보지 않을 것 같은 글을 써버리고 와인잔 뒤로 안녕이다.


내일 화요일, 그리고 모레 수요일에도 연료가 되어줄 반 병의 와인이 아직 내게 남아 있음을..

‘무엇을 안주삼아 즐겨 볼까..’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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