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day Writer Dec 03. 2023

생일에 즈음하여

엄마 축하해요

생일에 즈음하여 (이미 지났으나)


나이 이야기를 안 하고 싶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고,

늙어감 혹은 성숙해지면서


생일이라는 이벤트를 행복하게 즐기는 방법 중 한 가지는

낳아주신 부모님을 즐겁게 해 드리는 일이라 생각된다.

기특한 생각이다 ^^


가보고 싶은 찻집이 생겼는데, 엄마를 꼭 모시고 가고 싶었다.

그래서 내 생일즈음에 이벤트로 만들어보고자

예약날짜를 찾아 예약하고, 휴가를 내었다.


엄마와 우리 세 자매 출동이다.


엄마는 제법 살이 빠져서 이제 입을 수 있겠다며 장롱에 오래도록 걸려 있던 반짝거리는 재킷을 꺼내셨다.

둘째인지 막내 동생인지 상견례 때 입었다고 하시니 벌써 십오륙 년 전 이겠다.

내 기억에는 없는 옷이지만 엄마에게 근사하게 어울렸다.

머리에도 구루뿌(롤)를 말아 한껏 힘을 주고 스프레이로 고정시켜 헤어도 완성하신 엄마


그렇게 우리는

우아한 자태로 우릴 기다리는 찻잔들과의 첫 만남을 가졌다.

이어서 찻잔에 담기는 네 번의 향긋하고 부드러운 차를 맛보고,

삼단트레이에 가득 올려진 티음식 들을 하나하나 감탄하며 맛보는 시간..


그 시간 동안 엄마와 세 자매는 따로 또 같이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의 이야기는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이어지며 주제가 넘나 든다.

서로가 듣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듣지 아니하는 것 같아도 이어져 간다.


애프터눈티는 오후 3시가 제격이겠지만,

오픈런과도 같은 이 찻집의 예약마감과 각자의 일정으로 오전 11시에 시작한 애프터눈티는 우리의 아점이 되었다.


이곳 찻집 수부씨네의 이야기와 우리의 이야기는 조금은 닮은 듯 친밀하게 다가와 더 다정했다.

엄마와 아버지가 살던 공간을 리모델링하여 자매들이 찻집을 열었고, 기가 막히게 대박이 났다.

그러나 이 공간은 머지않아 재개발의 열기 속에 사라질 것이다. 다만 찻집이 어디선가 계속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사장님의 조곤조곤 이야기는 가게, 엄마, 재개발 등으로 이어지고,

우리의 엄마도 엄마, 그리고 재개발로 같이 동참한다.

엄마가 사는 공간도 그렇게 사라지는 절차를 따라가고 있는 중이다.


엄마가 기분 좋은 하루를 맞이하고 보내는 일에 내가 관심을 갖게 된다는 건 아무래도 철이 들었다는 이야기겠다.


첫째 아이로 태어난 내 생일은 어떤 한 여인이 엄마로 새로 태어난 날임을 생각해 본다면,

나 역시 엄마라는 한 존재로 그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해 드려야 마땅할 것이다.


내년엔 또 어떤 이벤트를 만들어볼까 즐겁게 고민해 보자.


작가의 이전글 탱고를 추러 갑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