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몰타-시칠리아 여행기 15
몬레알레는 팔레르모 구시가지에서 버스 타면 15분 정도 걸린다.
우리는 볼트를 불렀는데, 일반을 불렀는데도 엄청 거한 9인용 메르세데스가 와서 깜놀.
여튼 너무 친절하게 대성당 앞에 딱 내려주셨다.
몬레알레 자체가 언덕 위에 있기 때문에, 저 멀리 팔레르모와 바다가 보인다.
골목길 중엔 요렇게 아기자기한 곳도 있고
모자이크 가게가 있어 들어가보았다.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가 모자이크 만드는 중간중간 손님들이 물어보는 말에 대답도 해주시고 하는 정겨운 분위기.
그 집 문에 귀여운 강아지 사진의 문구가 '나는 (사진의 강아지의) 가장 좋은 친구'라고 써 있어서 웃었다. 나의 인스타 이름이 강아지 반려인간이기 때문에 그 맘 알고말고
몬레알레는 대성당 보러. 몬레알레 대성당은 모자이크 보러 왔지.
시칠리아 섬이 그리스, 카르타고, 로마, 반달, 동고트, 비잔틴 세력이 자리잡고 있다가 시칠리아 에미르국이 되는데, 11세기, 비잔틴 세력이 무슬림으로부터 시칠리아를 되찾기 위해 노르만 용병을 고용한다.
이 노르만인들은 바이킹의 후손이면서 프랑스 북부에 자리잡고(노르망디라고 부른다) 잉글랜드를 점령하기도 한 사람들이었다.
그 중 루제레 1세는 시칠리아 백작이 되고, 루제레 2세는 시칠리아 섬을 넘어 몰타, 이탈리아 반도 일부 지역도 점령하며 시칠리아 왕국을 세운다. 그리고 루제레 2세의 손자 굴리엘모 2세가 이 몬레알레 대성당을 세운 사람.
전설에 따르면, 어느 날 굴리엘모가 나무에 기대 잠이 들었는데, 꿈에 성모 마리아가 나타나 교회를 하나 짓거라~하는 꿈을 꾸고, 그 나무 밑을 파보니 보물이 나와 건축 비용을 댈 수 있었다고. 1172년에 짓기 시작해서 1267년에 완성한 걸 보면 보물이 썩 충분치는 않았던 모양.
굴리엘모를 비롯한 지배계층은 노르만이었으므로 그들 방식대로 교회를 설계했겠지만 시칠리아는 비잔틴과 이슬람 문화가 깊이 남은 곳이고, 건물을 지을 사람들도 그 문화에 익숙한 사람일 터.
결과적으로 아랍-노르만 스타일이 탄생했고 아랍+노르만+비잔틴 양식을 모두 볼 수 있는 팔레르모와 그 근처 건물들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꾸물꾸물한 날씨에 좀 쌀쌀하기까지 해서 좀 처져 있다가,
대성당 들어가자마자 쏟아지는 금빛 공기에 동행자 신경쓰지도 않고 입벌리고 감탄+압도됨
내 사진을 보고 뭐 별 거 없는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내 사진 탓이다.
그러나 어느 프로페셔널이 찍은 사진도 몬레알레 대성당의 실내 분위기를 십분의 일도 살리지 못할 것이다.
크리스토 판토크라토르를 저런 둥근 앱스에 배치한 건 정말 누가 처음 생각해낸 것일까
(라벤나, 베네치아에도 있다)
여하튼 '전지전능한 그리스도'가 표정은 근엄하지만 푸근히 안아주는 느낌도 들고
내 인생 나쁘지 않구나
결국은 이걸 보고 있다니, 싶어서
불평 없이 감사하며 살기로 했다.
지금 다시 보니 의외로 사진을 많이 안 찍었는데,
찍어봤자 비슷은 커녕 흥을 깰 것 같아서였다.
올려다보느라 목이 꽤 아프다.
척추 약한 분들은 조심
바닥엔 여러 색의 대리석, 유리 등을 섞어 만든 오푸스 섹틸레.
무늬가 다 제각각이라 뜯어보다보면 아까 모자이크 쳐다보느라 아픈 목을 좀 풀 수 있다.
17세기에 만든 소성당 역시 여러 색의 대리석을 끼워 맞추는 식으로 무늬 넣은 벽.
포르투갈에도 가끔 이 엠부티도(이탈리아어론 뭐라고 하는지 몰겠다) 장식이 있긴 한데, 이탈리아인들이 한 수 위다. 아니, 여러 수 위다.
점심 시간에는 대성당 문을 닫는다.
직원도 손님도 점심을 때맞춰 먹게 해주는 시스템.
ㅎㅎㅎ 인간적이라고 해야하는건지
여튼 다시 들어갈 수 있으니 구입한 티켓을 잘 보관해야 한다.
그리고 대성당 안에서도 티켓을 다시 검사하는 구간이 있다.
(티켓은 10유로)
점심 먹으라니까 먹어야지.
20년 소원 성취한 기념으로 내가 쏘려고 했더니만
왠일로 남편이 쏘겠단다.
오호?
음식은 시칠리아스럽게, 멋 안내고 나온 음식에 와인도 좋았지만
그 옆집에 가서 먹은 요 미니파이들이 너무x5 맛있어서 감동
파이지는 바삭, 생크림은 신선, 산딸기도 시지 않으면서 신선. 아아아아아 그 위에 살짝 뿌려진 캬라멜 시럽까지 완벽.
이 집에서 먹고 너무 감동받아 다른곳에서도 먹어봤는데 못 미치고, 가격도 더 비쌌다.
이거 먹으러 몬레알레 다시 가야하나?
요 미니 타르트 완벽하니까 이걸로 마무리.
몬레알레 언제 다시 가지.
클라우스트로를 못 들어가고 위에서만 본 게 조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