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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아는 사람 Oct 21. 2021

너의 분실물

잃어버리고 찾지 않는

너는 그것을 어버리더니 잊어버리고 지워 버린다. 찾아야 하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기억에서 지워 버린다. 잊고 싶어서 잃어버렸던가, 바꾸고 싶어서 아끼고 소중히 다루지 않고 소홀했던가. 늘 가까이 있을 땐 가끔 지겹기도 하고 식상할 때도 있었겠지. 그럴 때 누가 가져가거나 하룻밤 자고 나서 보니 사라져 버렸으면 하고 바랐는지 모른다. 너마음을 차지하지 못하고 마음과 마음 사이, 주변 언저리에서 빙빙 겉돌그것을.


네가 그것과 처음 만났을 때는 소중해서 귀하게 여기며 아끼더니 시간이 가고 익숙해지니 처음 만났을 때의 기쁨은 잊어버리고 바꾸거나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라지길 잘했어. 잘 된 거야. 허전함도 없고 아쉬움도 없다. 빈자리가 뻥 하고 뚫려야 하는데 작은 구멍 조차도 없다.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좋아서 새로운 것을 물색한다.


너에게 그것이 없을 땐 갖고 싶어서 곁에 두고 싶어서 안달이었어. 가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 너무 좋지. 그것을 가진 상상을 하며 들뜨고 설레는 마음을 품었지. 너의 운명과 노력은 그것을 갖게 만들었어. 그것을 보는 너의 눈은 반짝이고 자꾸만 들여다보고만 싶어 했지. 너는 그것을 자신의 최고의 보물인 듯 조심스럽게 다루곤 했지. 어쩌다 손에서 벗어날까 봐 한순간 사라져 버릴까 봐 조금이라도 상처 날까 봐 안절부절못했지. 오래오래 함께 하길 바라면서 그렇게 소중하게 여겼어.


그런 너의 마음이 언제부터 변한 것일까 처음 만나고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일까 아닐 거야 그땐 마음에 든다고 자랑하고 야단법석을 피웠을 거야. 남의 손에 있을 때는 부러워하고 뺏고 싶어서 안달이더니 막상 너의 손에 들어오니 이 정도밖에 안됐어, 내가 생각했던 것은 이게 아니야 하며 실망했어. 참. 사람 마음이란 건 알 수가 없다. 알 수가 없어. 가진 것에 대한 욕심과 기대를 할수록 실망은 커져 갔지. 너는 시시각각 아니다 싶을 정도로 잘도 변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는 그것에 크게 반응했어. 실망이라는 이름으로 등진 뒤 마음에서 지워내려 했어.


너는 잃어버린 후 잊으려 했는데,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것은 문뜩 찾아와서 속삭였지. 벌써 나를 잊었냐고. 그렇게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그런 사람이었냐고. 어차피 버릴 거였다면 진작에 놓아주거나 보내 주어야지 이제 와서 네가 필요 없다는 이유로 버리다니. 살면서 몇 번을 잃어버렸지만 찾지 않는 그것은 느닷없이 불쑥불쑥 눈앞에 나타나서 묻는다. 왜 버렸냐고.


너를 편안하고 기분 좋아지게 만들어 행복을 안겨 준 그것은 물건일 수도 있고 우정일 수도 사랑일 수도 있다. 반려동물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다. 너의 마음에서 잃어버린 잃어버린 결국엔 버린 그것을 우연히 다시 마주하게 된다면 너는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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