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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아는 사람 Sep 24. 2021

시간 속 두려움

시계의 초침과 분침에 매달려서

아침을 알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이불을 걷어차며 약속처럼 몸을 일으킨다. 스스로 일어나는 것이 쉽지 않아서 선택한 알람. 우리는 잠이 깨는 순간부터 시간에 쫓긴다. 머릿속 어딘가에 자꾸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해 생각한다. 의자에 잠깐 앉아 있는 동안에도 수십수백 가지의 생각을 한다.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에 대해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 시간을 계산해 본다. 순간순간 시계의 초침과 분침을 주시한다. 무언가 시간 안에 끝내야 하는 숙명이라도 지닌 듯 조급해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마음은 늘 앞서간다. 늦을까 봐 전전긍긍한다.

     

밥을 먹는 동안에도 밥에 대한 예의가 없다.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지 않는다.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시간을 본다. 밥 한 끼 먹는 동안에도 시간이라는 것에 예속되어 있다. 언젠가부터 우린 늦는 것보다는 빠른 것이 앞서가는 지름길이라 생각하여 조급증을 습관처럼 몸에 달고 다닌다. 누군가 억지로 붙여 놓은 것도 아닌데 조급함을 견디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이들을 많이 본다.

     

가끔 시간이 멈췄으면 할 때가 있다. 시험 시간, 승차 시간, 약속 시간,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그 시간들은 시간 속에 시간을 넣고 싶을 만큼 시간이 머물러 있기를 바란다. 반대로 시간의 흐름을 빨리 돌리고 싶을 때도 있다. 분침을 잡고 몇 바퀴를 돌려버리고 싶은 바로 그런 순간. 이런 상황에서 있지 않을까. 불편한 사람과 마주하고 있을 때, 마음에 상처 받는 일을 당하고 있을 때, 분노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일 때,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온몸이 식은땀으로 곤욕을 치를 때. 이럴 땐 정확하게 돌고 있는 시계의 초침과 분침은 야속하기만 하다.


시계가 없었다면, 시계가 돌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지금처럼 조급해하지 않을까. 여유로움으로 다른 사람에게 배려와 미덕을 나눌 줄 알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 시간은 항상 같은 마음으로 있지 않다. 그때그때 변모한다.

    

우린 누굴 위해 별것 아닌 시계의 똑딱거림에 움츠러드는 것일까. 이웃 때문일까. 가족 때문일까. 아니다. 그건 바로 자신 때문이다. 미덥지 못한 자신을 스스로 옥죄는 것이다. 한 발자국 내디딜 때마다 자신을 괴롭힌다. 생애 처음으로 마주치는 순간순간의 일들에 대해 사람들은 안절부절. 자꾸만 날짜와, 시간을 정하려고 하는 생각 때문에 모든 일이 더딘 느낌이 들 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누가 좀 가르쳐달라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사라지는데 그 순간을 기다리지 못한다. 멀어진다. 조금씩 멀어진다. 자신의 마음에서 자꾸만 발을 빼려 든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우리의 마음에 달려 있다. 밤하늘의 별들이 쏟아지는 날처럼, 반딧불이가 이야기꾼들의 머리 위를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듯, 우리의 삶에 시간을 놓아주면 된다.


가끔은 시간을 잊고 싶을 때가 있다. 우리 집의 벽시계는 초침과 분침이 없다. 양쪽으로 갈라선 숫자만 있을 뿐. 때가 되면 물방울이 떨어지듯 숫자가 아래로 툭툭 떨어져 자리를 잡는다. 숫자가 바로 시간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벽걸이용 액자처럼 보인다. 아날로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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