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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아는 사람 Nov 11. 2021

마음 심(心), 살필 심(審), 집 당(堂)

당신의 마음은 잘 있는가요?

, 마음 심은 어쩐지 낯설지 않다.  나의 이름에 마음 심이 있어서인가. 애착이 가는 글자다. 획수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해서 쓰기 쉽다. 느낌대로 모양을 내고 멋을 부릴 수 있는 글자다. 한자 心은 삐침을 살리고 한글 심은 ㅁ을 살려 멋을 낸다.


평소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 중 마음이 들어가는 글자가 의외로 많다.  글자 마음 심, 깊을 심, 성 심, 찾을 심. 스며들 심. 두 글자  초심, 양심, 의심, 욕심, 심기, 심혈, 심통, 수심, 관심, 세 글자 동정심, 무관심, 애향심, 충성심.  글자 이심전심, 작심삼일, 견물생심, 일편단심 등. 다른 어떤 글자보다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여행을 다녀온 둘째. 대충 옷만 갈아 입고 서둘러 식탁에 앉는다. 나무 상자 하나를 들고. 궁금해서 가까이 가 봤더니 처음 보는 물건이다. 나무 상자의 덮개를 연다. 네모 길쭉한 모래 봉투를 꺼낸다. 모래를 상자에 붓는다. 상자에 평편하게 편다. 하얗고 부드러운 모래다. 마음까지 부드러워지는 느낌. 신나 보인다. 모래 위에 결을 만들기 위해  갈퀴와 닮은 나무 도구를 이용한다. 농사 지을 때 사용하는 도구의 축소판이다.  모양은 포크와 비슷한 거 같은데 촘촘한 머리빗처럼 보이기도 한다. 둘째는 순식간에 모래밭을 만들어낸다.


고운 모래 위에 결을 만들고 그 위에 맨들맨들한 조약돌과 마른나무, 살아있는 식물을 사뿐히 올린다. 둘째에게 가만가만 바짝 붙어서 뭐 하는 거냐고 묻는다. 물을 사용하지 않고 정원을 꾸미는 중이라고 한다. 듣고 보니 작은 정원 같긴 하다. 즐거운 소꿉놀이를 하는 것처럼 집중해 있는 모습을 본다. 괜히 을 걸고 싶어 진다.  말을 시킨다. 대답이 없다. 한참 후 둘째는 말을 건넨다. 마음 수양 중이라고. 정원을 꾸미는 동안 혼자서 조용히 마음을 비우고 살피며 다스려야 한다고.


심심당(心審堂), 마음을 살피는 곳. 마음을 살피고 다스린다. 살핀다. 다스린다. 그래. 다스려야지. 뭐든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쉽게 말하지만 그게 어디 쉬울까. 마음먹기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경쟁하고 부딪치며 생겨난 마음의 상처. 그 상처를 치유해 새살이 돋아나기 전에 또 다른 상처로 상처는 갈수록 깊어진다. 깊은 상처는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고 자신감이 결여되며 삶의 의욕을 잃게 만든다.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그때그때 치유하면 상처가 쉽게 아물 수도 있다. 상처가 깊어 곪아 터지지 않게 미리미리 마음을 살펴보자. 찬찬히 보면 마음이 안정을 찾고 편안해지는 지점이 있다. 그 지점에서는 오래 머물수록 좋다.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서 풀어 보자.


사람의 마음을 살필 수 있는 것이 어디  뿐일까? 자신의 생활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책도 있고 그림도 있고 영화도 있고 자연도 있다. 꼭꼭 숨겨 둔 마음의 상처를 작은 정원 만들기 만으로도 치유될 수 있으면 좋겠다. 직접 만들지 않고, 만드는 모습만 봐도 나의 마음이 살펴진다. 잘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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