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향에 이끌려 좋은 향의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아마도 알갱이 커피로 기억된다. 커피 향만 맡아도 기분 좋아지던 때가 있었다. 그럼 달달한 믹스 커피가 나의 일상에 들어온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직장을 이직하면서 믹스 커피를 접하게 되었다. 손님을 위해 준비 해 둔 커피. 손님들은 시간대 상관없이 믹스 커피를 찾았다. 달달한 믹스 커피가 피로를 풀어준다는 이유였다. 빨리 주지 않으면 직접 나서서 커피를 타서 마셨다. 커피는 인기 최고였다. 낯선 사람도 금세 친해질 수 있는 믹스 커피 한 잔. 믹스 커피는 커피가 아니라 인심이고 인정의 표현이었다.
손님, 택배 아저씨, 우체국 아저씨, 옆 사무실 직원 할 것 없이 믹스 커피는 그냥 서로간의 인사였다. 거절이 없었다. 커피 한 잔 드릴까요 하면 무조건 오케이였으니까. 이 분위기에 나 또한 점점 믹스 커피에 빠져들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자꾸 커피 생각이 났다.
다양한 믹스 커피 중에서도 연한 커피를 마셨다. 믹스라 해도 진한 커피는 너무 독해서 마시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진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진하다는 느낌을 잊어버렸다. 중독이 되어서 진한지 연한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커피 마시는 횟수까지 점차 늘자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서 믹스 커피를 끊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눈에 보이지 않으면 될 것 같아서 집에 믹스 커피를 사 두지 않았다. 믹스 커피 대체용으로 직접 커피 제조를 했다. 알갱이 커피와 향긋한 향이 나는 커피, 부드러운 커피를 섞어서 준비했다. 맛도 향도 괜찮았다. 몇 달 동안 시중에 판매하는 믹스 커피를 마시지 않고도 견딜 수 있었다. 계속 갈 줄 알았다.
하지만, 야간 근무를 하게 되면서 다시 끊었던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피곤할 땐 역시 믹스 커피가 제격이다. 알지만 중독은 중독이다. 가족들은 나에게 커피 중독이라며 커피를 끊으라고 계속해서 다그쳤다. 그 후 몇 번의 시도를 했지만 결국 끊지 못했다. 믹스 커피를 마시지 않고 블랙 커피를 마시면 뒤끝이 개운하고 좋다. 그럼에도 뭔가 커피를 마신 듯 마시지 않을 듯한 느낌이 든다. 못 견디고 다시 믹스 커피 한 잔. 전체적으로 커피 마시는 횟수만 더 늘었다.
이렇게 번복되는 믹스 커피 끊기는 나를 시험에 들게 했다. 출근할 때는 하루만이라도 믹스 커피 마시지 말자고 다짐 하지만 실패. 실패의 연속이었다. 중독이 이래서 무섭구나 싶었다. 마음은 끊어야지 하면서 손은 믹스 커피 봉지 끝을 뜯고 컵에 붓고 있다. 물을 붓고 젓기 시작한다. 마신다. 다시 후회한다. 아~이래서야 되겠나 싶지만 잘 안된다. 통제 불가능이다. 커피 맛보다는 달달한 맛에 길들여진 것 같다. 글을 쓰는 지금도 믹스 커피 한 잔 하고 싶다. 결국, 한 잔을 마신다.
2022년 새해 첫 번째 계획은 믹스 커피 끊기로 정한다. 가족들과의 약속이자 나와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다. 공개적으로 믹스 커피 끊겠다는 글을 써 보면 혹여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