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는 사람의 가벼운 발걸음과 뜀박질이 아침을 가른다. 한낮에는 느낄 수 없는 신선함. 시작의 설렘.
주택가 작은 문 틈 사이로 찌지직 잡음 속 라디오 소리가 지나가는 발걸음을 멎게 한다. 정겹게만 느껴지는 아침 시간이다. 느릿느릿 지나가는 유모차에 의지한 할머니는 두리번두리번 사람들의 움직임을 낯설어한다.
밤새 시끌벅적하던 유흥가 골목은 고요하기만 하다. 한들거리는 바람을 타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편의점 앞 플라스틱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보인다.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커피를 마신다. 잠에서 덜 깬 모습이 묻어 있다. 남자들의 직업을 짐작해 보며 그들 옆을 지나간다.
저 멀리 또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른 아침인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다. 가까이 다가가자 표정이 자세히 보인다. 무표정하다. 그들의 옆을 지나간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준비된 모습이다. 누군가 부르기만 하면 곧바로 달려갈 태세다. 몸은 쉬고 있는데 귀는 쫑긋거린다. 바닥에 앉아있는 사람, 일어서서 서성거리는 사람, 두세 명씩 모여 있는 모습들이 생존의 선상에 놓여있음을 감지한다.
삶의 한 부분. 일을 할 수 있을 때, 무안히 바라보며 기다리는 눈빛 속엔 알 수 없는 설움과 간절함이 있다. 시원한 산들바람이 그 눈빛을 뚫고 불안감으로 바뀌어 버리는 순간. 그들 옆에 도드라지게 보이는 간판. 인력센터.
테이블에 모여 앉아 여유를 즐기는 그들이나, 인력센터 앞에서 하루하루 일거리를 기다리는 그들이나 삶의 어느 한 점을 찍기 위해 존재함은 똑같을 듯싶은데, 어떤 괴리가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두 부류가 서로 섞여서 각자의 짙은 색이 아닌 옅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되지 아닐까. 아침이 지나고 해가 저물어 고된 하루의 끝자락에 서는 그들의 모습을 생생히 마음속에 그려본다.
삶의 무게가 다 다르겠지만 견딜 만큼만, 딱 그만큼만 인내를 요구했으면 좋겠다. 똑같이 공평하게 살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는 일어설 수 있는 작은 희망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직 세상이 다 깨어나지 않은 시간, 아침을 깨우는 닭의 울음소리로 시작해, 청소차가 쓰레기를 싣는 소리 그다음 우유 배달 아주머니의 위험천만 우유배달 포스를 보며 가슴 철렁 인다.
가끔 아래에서 위로만 보던 하늘을 , 누워서 거꾸로 보면 전혀 다른 느낌이 나듯이, 늘 다니던 길과 시간대를 바꾸어 걸어보고 , 타고 다니던 승용차나 버스 대신 걸어보면, 평소 그렇게 자주 다니면서도 보지 못했던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삶을 선명하게 들여다보고 싶다면 아침이 좋다. 평소 보지 못한 많은 부분들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아침은 낮처럼 소음이 그리 많지 않고, 아직은 혼잡함이 덜한 시간. 아침이 좋은 건 아직 시작되지 않은 하루를 짐작할 수 없으니 더 좋다.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현재의 기쁨이 영원할 수 없고, 현재의 고통이 끝이 없을 수 없다. 모두가 다른 색깔을 가지고 똑같이 주어진 시간 동안 열심히 살아가는 수밖에. 인생은 정답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