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에 눈 뜨고 일어날 때부터가 변수의 시작이다. 어떤 이는 자고 일어나서 아무 생각 없이 기지개를 켜다가 병원 신세를 지고, 어떤 이는 갑자가 크게 한바탕 웃다가 갈비뼈에 금이 가고. 어떤 이는 주차장 방지턱에 발이 걸려서 살짝 넘어졌는데 1년이 넘도록 병원을 다닌다.
매일이 똑같은 하루처럼 보이지만 365일 중 같은 하루는 없다. 그 어떤 것 하나는 다르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도 사건이 생긴다. 밥 상에서 숟가락을 떨어 뜨리고, 먼산 쳐다보다가 유리컵을 깨기도 한다. 음식을 먹다가 갑자기 체할 수도 있고, 물을 다 삼키기 전에 말을 하려다 목에 사래도 걸린다. 매일매일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어쩌다 한 번.
시험을 앞두고 예상보다 5분 늦잠을 잤는데 그날따라 도로에 차가 많아서 지각. 시험장 앞에서 허탈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던 일, 여행할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표를 예매해 두고 겨우 시간 맞춰 도착했더니, 오후 6시 표가 아니라 오전 6시 표라니. 부랴부랴 잔여석을 구해서 탑승했던 일. 당시에는 어이없지만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된다. 사람살이가 다 그렇다.
승용차에 앉아서 선인장이 심긴 큰 화분 깨질까 봐 맨발인 양 발로 꼭 감싸고 가다가 쿵. 커브길에 그만 화분이 넘어지고 발등엔 선인장 가시가 작은 침 밭을 이루고. 그 후로 선인장만 보면 그 장면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 예상 밖의 일은 불쑥불쑥 등장한다.
평소와 다름없이 같은 위치에 서서 청소기를 충전기에 꽂다가 찍힌다. 느닷없이 제 자리에 가만있는 티 박스 모서리에 문콕이 아닌 이마 콕. 티박스가 왜 여기에 있냐고 괜한 투정. 이마의 상처는 며칠째 머리카락 바로 아래서 불그스레 보인다. 볼 때마다 어이가 없다. 이마 콕콕
예상 밖의 일이 좋지 않은 일만 오는 것은 아닌가 보다. 취준생에게 가장 큰 걱정은 아마도 직장을 구하는 것일 것이다. 입사하고 싶은 회사에 입사 서류를 넣고 기다려도 소식이 없자. 정규직 입사를 미루고 경력을 쌓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선택. 급하게 서류 넣고 다음날 오전에 면접, 오후에 합격 통보. 이틀 후에 출근. 마음의 준비가 아직 안된 상태에서 얼떨결에 출근. 첫 출근 복장은 캐주얼 정장. 옷장문을 열어서 옷을 입었다, 벗었다. 옷차림부터 신경이 쓰이고, 존칭, 말투, 접해 보지 않은 일에 대한 부담감과 긴장감을 잔뜩 안고 출근과 동시에 일에 파묻힌다.
바쁜 아르바이트 첫날의 하루 근무가 다 끝나기도 전에 연락이 온다. 입사서류 넣고 기다리던 그 회사에서. 어쩔 것인가. 아르바이트긴 하지만 연말정산이라는 딱 그 기간에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인걸. 회사 입장에서는 급해서 구한 직원. 어쩔 수 없이 6개월 아르바이트를 위해 정규직 중견업체의 면접 참석 요청을 거절한다. 잠석 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책임감이 먼저일까, 자기 이익이 먼저일까. 결론은 책임감 선택. 취업 하기 얼마나 힘든데 좋은 기회를 놓치냐고 할 수도 있다. 바보 같은 결정이라고. 하지만 세상 일이 그렇다. 손해 보며 사는 일도 있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도 많다. 아쉽지만 6개월짜리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열심히 배우고 익혀서 경험으로 만들면 된다. 준비된 사람에게는 다시 기회가 꼭 찾아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