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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를 아는 사람 Jul 07. 2023

지금은 적응기간입니다

이해 부탁드립니다

처음. 어떤 사물을 대할 때, 그 일과 처음 접할 때 낯설고 두렵다. 엄마의 보살핌 속에서 벗어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처음 갈 때 아이는 슬프게 운다. 엄마의 품에서 선생님의 손으로 아이를 맡기고 돌아설 때 엄마는 마음이 아프다. 뒤돌아 이를 덥석 안고 싶을지도 모른다. 이를 두고 직장을 향하는 엄마는 미안한 마음으로 발걸음이 무겁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와의 낮 동안 헤어짐은 시작되고.


어린이집에 남겨진 아이는 목놓아 울겠지. 울다 울다 지쳐서 잠들지 모른다. 며칠은 울음과 함께 아이의 등원이 이어진다.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담고 슬픈 눈으로 아이는 엄마를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아이는 숙한 엄마의 보살핌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운 환경 사이에서 혼란스럽겠지.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 과정에서 차츰차츰 적응해 가기 시작하겠지만.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장난감에 빠지면서. 엄마에 대한 강한 애착은 다른 관심사로 인해 조금씩 나아진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마다 적응기는 또 찾아온다. 낯선 것이 익숙한 것으로 되는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그때마다 사람을 시험에 들게 한다. 이 과정에서 성격이 서글서글하면서 자신과 다른 사람의 다름을 인정하는 아이가 있고, 그렇지 못한 아이가 있다. 소심한 아이들은 다름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힘들다.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구성원이 아닌 관객이 되어 겉으로 돈다. 무언가 불편하게 느끼면서 스스로 외톨이가 되어간다.


취업을 준비하는 일명 취준생이 되면 달라질까. 긴 학교생활을 끝내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 직전부터 떨림은 시작된다. 경험해 보지 않은 상태라 모든 것이 두렵고 떨린다. 우여곡절 끝에 첫 출근 하는 날. 옷차림은 어떻게 해야 할지, 인사는, 말투는, 호칭은 하며 걱정이 앞서겠지. 공부는 했지만 회사에서 하는 일과 공부는 다르다는 말에 걱정 또한 심할 테고. 아직 접해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걱정은 차츰차츰 공포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떨리는 마음으로 출근을 하니 사람들은 신입에 대해 탐색을 시작한다. 지나가면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한 마디씩 던진다. 기존 직원들은 친절함의 표시이나 신입에겐 부담으로 바짝 다가온다. 제발 무관심해 주길 바랄 뿐. 집중되기 싫어서다. 일만 생각해도 자신이 해야 되는 일이 어떤 것인지, 그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은 불안하다. 실수하지 않고 빠른 시간에 일 처리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더 불안하다. 완벽하게 자기 일을 하고 싶기 때문에.


신입은 일을 배우는 초보다. 예를 들어 초보 영업사원이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영업을 위해서 들어가고 싶어 하는 영업장의 출입문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여는 것이다. 떨림으로 문 앞에서 아무리 서성대봐도 문을 열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마음을 다잡고 일단 문을 열어야 한다.


일에 대해선 초보인데 마음은 경력자가 되어 있으면 스트레스는 배가 된다. 주위 환경이나 기존 사원들의 영향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이 만든 스트레스. 처음부터 완벽하게 잘하면 좋겠지만 완벽하게 일 처리를 하는 초보는 없다. 모든 일을 처음 할 땐 더디고 버벅대면서 식은땀을 흘린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하니씩 둘씩 배워가는 것이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자기만의 노하우가 생기고 여유가 슬슬 따라온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가 능력자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도 처음엔 서툴고 실수투성이였다. 일에 대한 능력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물이다. 신입의 첫 경험은 중요하다. 어떤 분위기 속에서 동료를 만나고 상사를 만나는지에 따라서 생각이 달라지고 관점도 달라진다. 적응기간이 그만큼 중요하다.


나보다 어린 사람들의 서투른 적응기를 보며, 지나온 나의 적응기를 되돌아본다. 끝난 줄 알았던 적응기가 또 필요하다. 지금은 나이 들어 감에 따른 변화에 적응 중이다. 쉴 새 없이 보내는 신체의 신호에 바로바로 받아들이지 못할 때가 있다. 가끔은 스쳐 지나갔으면 하고 회피하고 싶을 때도 있다. 이 시간이 빠르게 지나 안정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될 것을. 쉽고 간단할 것 같은 그것이 잘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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