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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를 아는 사람 Jul 06. 2023

아무도 없는 쓰레기분리장에서 벨 소리가 난다

몇 년 전 일이다. 밤 근무를 하기 위해 출근하는 길.  아파트 쓰레기 분리장에 쓰레기를 버리러 간다. 어둑해진 시간. 보통의 사람들은 저넥밥 먹을 시간  즈음이라 그런지 아파트가 조용하다. 한두 명 눈에 보일 것도 같은데 주변에 사람이 없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통근버스를 타러 가야 했기에 쓰레기 분리 중에도 마음이 급하다.  휴대폰 속 시간을 체크해 가면서 쓰레기를 버리고 뒤돌아 나온다. 그때다. 어디선가 소리가 들린다. 대화 같지는  않은데 비슷한 톤의 소리가 계속 들린다. 인근에 사람이나 작은 동물조차 보이지 않는데 리가 난다.


뭐야, 잘못 들은 거야? 내 귀가 이상한가!. 또 소리가 난다. 아무리 둘러봐도 소리가 날 상황이 아닌데 너무 이상하다. 소리는 방금 돌아선 쓰레기 분리장에서 들린다. 마음이 바쁘긴 하지만 그냥 갈 수가 없어서 쓰레기가 쌓여 있는 곳으로 간다.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기웃기웃 소리를 따라 귀를 대 본다. 지금 가지 않으면 버스 놓치는데 어떡하지! 에라 모르겠다. 더 집중해서 소리를 찾는다. 아. 찾았다. 일반쓰레기더미 쪽이다. 쌓여있는 쓰레기봉투를 들춰내다 보니 불빛과 함께 소리가 가까이서 들린다. 소리가 나는 쓰레기 봉지를 꺼낸다.


아. 쓰레기봉지를  뜯는다. 무슨 쓰레기가 들어 있는지도 모르는 조금은 찝찝한 마음으로. 세상에! 봉지 안쪽에서 휴대폰이 울리고 있다. 휴대폰 벨 소리가 난다는 것은 어떤 용도로든 아직은 쓸모 있는 물건이라는 건데. 누가? 왜? 쓰레기봉투에 휴대폰을 버렸을까? 이제 어떡하지? 출근 시간이 임박한데. 남편에게 전화를 한다. 휴대폰을 챙겨 가라고. 휴대폰을 남편에게 맡기고 부랴부랴 버스정류장으로 뛴다. 다행히 통근버스에 탑승  성공.


다음날 아침, 퇴근해서 집으로 갔더니 휴대폰 주인이 우리 집에 다녀 갔다고 한다. 휴대폰 주인은 이삿짐센터 사장님. 우리 아파트에서 이삿짐을 싸고 쓰레기를 버리는 과정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영업하는 사람에게 휴대폰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물건인데 얼마나 찾았을까 싶다. 휴대폰 주인은 휴대폰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전화를 했고, 그 전화벨 소리를 내가 들은 것이다. 남편이 집으로 휴대폰을 챙겨간 뒤에도 휴대폰이 지속적으로 울려서 휴대폰 주인과 연락이 닿았다.


휴대폰을 잃어버린 사장님의 집은 우리 집에서 한참을 가야 하는 지역인데, 통화 후 반가운 마음에 바로 우리 집으로 왔다. 색색으로 채워진 음료수 한 박스를 들고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연거푸 했다고 한다. 휴대폰이 주인을 만났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어둠이 살짝 내려앉은 출근길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내가 허공을 향해 꺼내 달라고 소리치던 그 벨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휴대폰 주인은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물건은 쓸모에 따라 버려지기도 하지만, 어떤 물건은 잃어버려서 주인이 애타게 찾아 헤매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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