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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를 아는 사람 Jul 12. 2023

너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

텔레비전 속 카페 홍보물 곁에 "노시니어존(노인의 출입을 제한하는)"이라는 자막이 뜬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 중에.

남자:지들은 안 늙나?

남자: 너도 늙는다고?~응. 흥분한다.

여자: 아~생각난다 가수 서유석의 그 노래 제목이 뭐였더라?

남자:너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

여자:맞아요.

남자:나도 그 가삿말처럼 살았는데~씁쓸한 표정.

여자:진짜요? 그 노래 참 공감되던데!

남자:아직 그 나이 아니잖아요.

여자:원래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 입장에서 많이 생각해 보거든요. 나도 참 그렇죠!

여자:난 그 노래 처음 들었던 곳이 서울 양화대교 입구 쪽인데, 거기만 가면 그 노래가 생각나서 찾아들어요.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





- 버스로 딱 한 정류장 가기 -

익숙한 모습의 할머니가 버스에 승차한다. 한 손에는 차비를 또 다른 한 손에는 접이식 간이 의자를 붙들고 있다. 주섬주섬 운전기사에게 차비를 주고 버스 의자에 앉기도 전에 “기사 양반, 나 그 아파트에 내려주고 가소”


기사 아저씨는 할머니의 안전이 걱정되어, 먼저 의자에 앉으라고 재촉을 해도 할머니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가 더딘지 속도가 나지 않는다. 그 순간 승객들은 할머니의 모습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본다. 겨우 할머니가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잠깐 앉았나 싶더니 하차할 목적지에 도착한다.


할머니가 승차하고 하차할 때까지는 딱 한 정류장이다. 기본 시간상으로 2분~3분. 하지만 할머니가 내리고 탈 때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만 타고 내릴 수가 있다. 할머니가 버스에 타려면, 할머니가 버스 계단을 오르는 동안 한 사람이 할머니의 접이식 의자를 붙잡아 올려줘야 하고, 내릴 때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만 버스에서 쉽게 내린다. 어떤 버스 기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의자를 내려준다.


정해진 시간에 각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야 하는 버스 기사는 마음이 급한데, 할머니는 항상 여유롭다. 자주 반복되는 이 풍경들을 보다 보니 궁금증이 생긴다. 할머니는 매일 같은 시간에 어디에서 무얼 하고 오는 중인지, 간이 의자는 왜 힘들게 가지고 다니는지 말이다. 어느 날부터 퇴근길 버스 안에서 그려지는 이 풍경들이 한 편의 영화 같기도 드라마 같기도 하다.


젊었을 때는 할머니도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지 않았을까. 건널목을 건널 때도 늦으면 뛰어가서 건너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빠른 걸음을 걷고, 멀리 있는 사람도 큰 목소리로 불러 세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이가 들다 보니, 다른 사람의 도움받을 일이 많아졌는지도 모르겠다. 버스 계단 몇 개 오르기도 힘들고, 짧은 건널목 하나 건너는데도 더디고, 눈이 침침해서 멀리 있는 사람도 잘 알아보지 못하고, 누군가 부른다 해도 귀가 어두워 그 소리는 듣지도 못하고 앞만 보고 가던 길만 가기 바빴을 거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아직 그 나이가 되기 전에는 가볍게 생각한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 남의 일처럼. 자기에게는 다가오지 않을 것 같은 서툴고 낡고 바랜 멀리 있는 삶. 그 삶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 아직 살아보지 않은 삶을 이해하기에는 마음의 여유가 없을 수도 있고,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그 삶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까.


노인 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은, 노인을 상대해야 하는 일들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것. 어딜 가도 노인을 쉽게 만나게 된다. 노인을 우대까지는 아니더라도 경험을 존중하고 예의는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노인 관련된 사업이 확장됨에 따라 노인은 중요한 고객이 될 것이다. 어차피 어린이와 청년, 노인은 함께 살아가야 한다. 지금의 노인도 오래전에는 청년이었고, 어린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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