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벌고 행복하기

인생 목표

by 나를 아는 사람

어떤 이가 본인 자녀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귀담아듣고 있는 나에게 20대인 우리 집 딸들의 목표가 뭐냐고 묻는다. 부모인 내가 생각하는 목표 말인가요?, 아니면 딸들이 생각하는 목표 말인가요? 하며 웃다가 나의 생각이 딸들의 생각이라도 되듯이 '적당히 벌고 행복하기'라고 대답했다.


경제관념이 제로인 말이란 걸 안다. 경제 사회에서 적당히가 어디 있을까? 돈. 많이 벌 수 있으면 좋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 아닐까.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건강 유지, 사랑 하기, 행복해지기 그 외에도 빠질 수 없는 필수지. 있으면 이룰 수 있는 것이 많아지니까. 그래서일까. 누구나 더 많이 가지려고 경쟁을 한다. 그것이 인생의 정답인 것처럼.

우리 집 딸들은 공부를 특별히 잘 하진 않았지만 항상 긍정적인 생각으로 즐겁게 생활했다. 해도 안 되는 것에는 한계를 빨리 인정하고 작은 것에도 만족하며 살았다. 부족한 것이 많았음에도 '난 행복하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딸들과 다르게 딸들에 대한 나의 욕심에는 한계가 없는 듯했다. 건강했으면 좋겠고, 공부도 잘했으면 좋겠고, 성격도 좋고, 책도 좋아했으면 했다. 하지만 눈치 빠른 딸들은 엄마의 욕심을 채워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큰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원하는 대학을 가서 좋은 직장에 취업하길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대학 대신 인생 공부를 할 거라며 홀로서기를 선택해서 대도시로 떠났다. 낯선 곳, 낯선 이들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더니 점점 익숙한 곳으로 만들어 갔다. 갈수록 시야는 넓어지고 생각은 깊어지며 자신의 잠재된 재능을 돋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시각에선 이러한 모든 것이 큰딸만이 가진 귀한 재능으로 보였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니 딸이 원하는 데로 대도시로 보내 주길 잘한 것 같다.


현재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좋은 직장은 아니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만족하고 즐기며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남편과 비슷한 성향으로 새로운 걸 좋아하는 큰딸은 엄마, 이거 알아?, 이런 말 들어 봤어?, 이런 책 읽어 봤어?, 이 영화 봤어? 매 번 질문을 하고 정보를 전달한다. 누구보다도 빠르게 그 정보를 일단 나에게 알린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한다. 조금 전에도 전화가 왔다. 오늘 저녁밥은 어떤 것으로 먹었냐고 묻는다. 딸은 따끈한 가락국수를 포장해서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딸의 잦은 전화를 난 여유와 단단한 행복의 표시라고 생각한다.


큰 딸이 홀로서기를 한 첫 해에는 딸아이가 걱정되어 내가 자주 전화를 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바뀌었다. 딸이 수시로 전화를 한다. 목소리가 그때그때 다르지만 대부분은 밝다. 아파도 밝다. 이젠 내가 전화를 할 필요가 없다. 지금은 타지인지 고향인지 모를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인맥을 쌓고 있다. 딸에게 내가 자주 하는 그 말 '적응력'이 대단하다. 인정.


딸의 말에 의하면 만족할 만큼의 돈이 없어서 불편한 것은 약간 있지만,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한다. 지금이 행복하다고. 자신의 선택에 만족한다고. 타인에 의한 삶이 아니라 직접 부딪쳐가며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살다 보면 힘들 때도 있겠지. 왜 없을까.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잘 견뎌내는 힘 또한 바로 삶의 주인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작은 딸은 취업 준비 중이다. 함께 살다 보니 내가 자꾸 잔소리를 하게 된다. 분명 알아서 잘할 거라 믿으면서도 왠지 보고 있으면 최선을 다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기다리면 될 것을 꾹 참고 기다리지 못하고 성급하게 다그칠 때가 있다. 뭔가 하고 있는 시늉이라도 해야 안심이 된다. 그래서일까. 딸 스스로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면서도 본인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아직은 하고 싶은 것을 결정하지 못한 딸. 주위 사람들은 작은 딸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만, 정작 본인은 욕심이 별로 없다. 점점 마음을 비우고 있는 것 같다.


외출 후 집에 들어와서 침대에 편안하게 누워 있을 때가 가장 좋다는 작은 딸. 반쯤 열어 둔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 잔잔한 음악과 어울릴 때, 딸은 몸과 마음을 침대에 다 내려놓는다. 지그시 눈을 감고 온 몸으로 편안함을 느끼고 있는 모습을 보면 기다려야겠다는 다짐이 생긴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이런 편안함을 누릴 수 있을까 싶어서. 생각해 보면, 적당히 벌고 행복하기는 욕심만 내려놓으면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난 딸들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항상 응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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