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생활체조를 시작한 지 4주째다. 생활체조는 우리 시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체조를 하기 위한 비용은 따로 없고. 읍, 면, 동별로 운영하는 생활체조 장소가 지정되어 있다.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에 지정된 장소에 가면 성별,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체조 모임에 함께 할 수 있다. 단지 준비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같은 시간에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끈기와 열정만 있으면 된다.
체조를 하기 전에는 집에서 걸어가면 10분 거리의 공원에서 주로 걷기 운동을 했다. 주말 빼고 매일 공원의 트랙을 네 바퀴 걷고 두 바뀌 씩 뛰다 보니 점점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마침 그때 귀가 열리고, 눈이 열리고 몸이 들썩거리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7시가 되면 시작되는 생활체조였다.
트랙을 걸으면서도 눈길은 빠른 템포의 음악 소리와 함께 단상에 서서 열정적으로 스텝을 외치는 강사 선생님에게 닿았다. 유연하면서도 멋진 동작, 우렁찬 목소리가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선생님의 앞에는 음악에 맞춰 동작을 열심히 따라 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자꾸만 눈길이 갔다. 며칠 후 용기를 내어 한 시간여의 생활체조로 온 몸이 땀범벅이 된 선생님에게로 다가갔다. 스텝을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다고 말한 뒤, 연락처와 이름을 적고 밴드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반복적인 걷기와 뛰기 대신 낯설지만 음악에 몸을 맡겨 운동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편한 복장을 하고 가벼운 운동화를 신은 채 얼음물 1병을 넣은 가방 하나 둘러메고 운동시간 7시에 맞춰서 미리 집에서 나섰다. 공원에는 아직 해가 떨어지기 전이라 햇살이 따가웠다. 평소에 바라만 보던 단상에 가까워졌다. 선생님과 처음 마주하는 기존 회원들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몸을 가볍게 푼 뒤 댄스 타임이 시작되었다.
첫날 수업은 마음과 달리, 몸치임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생각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스텝을 알아야 하고, 음악에 맞춰서 동작을 해야 했지만, 손과 발이 따로 움직이고 뻣뻣 그 자체였다. 음악도, 스텝도, 낯설어서 버벅대기 시작했다. 눈치껏 회원들을 따라 하다 보니 1시간 운동 시간이 훅 지나갔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동작이 어렵긴 했지만 이상하게 재미가 있고 중독성이 있었다. 꾸준히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생겼다.
선생님은 감사하게도 밴드에 초보자를 위해 몸동작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동영상을 올려 둔다. 하루 중 잠깐이라도 여유 시간이 생기면 선생님의 동영상을 보며 연습을 한다. 그나마 연습으로 하루하루 조금씩 음악에 맞춰 익숙해지는 중이다. 회원 중에는 2년이 훨씬 넘은 회원도 있고, 매일매일 새롭게 가입하는 회원도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선생님의 열정에 반하고 체조가 너무 재미있어서 중독되어 가는 중이라고 한다. 자꾸만 운동 시간이 기다려진다고. 나도 마찬가지다. 우리 가족들은 엄마가 춤바람이 났다며 재미있어하며 적극 응원 중이다. 가족의 힘을 얻어 자신감을 가지고 더욱 열심히 참여 중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만난 생활체조는 일상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 지금껏 나는 정적(靜的)인 것이 맞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내 안에 동적(動的)인 것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손끝, 발끝, 엉덩이, 허리, 목 온몸을 꿈틀거리는 것이 잔잔한 나에게 큰 자극이 되어 다시금 몸과 마음을 깨우는 것 같다. 하루의 피로가 확 풀리고 기분이 상쾌하다. 특히 근력 운동을 많이 할 수 있어서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평일 저녁 7시가 되면 잔디밭에는 점점 사람들이 모여들어 실컷 몸을 움직이다가, 한 시간 후 8시가 되면 한 명 두 명 잔디밭을 빠져나간다. 트랙을 걸으며 운동을 더 하는 사람도 있고 집으로 바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힘들지만 재미있고 중독성이 짙다는 말을 남긴 채. 잔디밭을 빠져나가기 직전 매일 한두 명의 사람들이 트랙에 서서 나에게 묻는다.
"체조 아무나 할 수 있어요?"
"그럼요"
"저도, 초보예요"
다음날이 되면 또 한 명의 신입 회원이 들어온다.
초보자가 수시로 들어오다 보니 동작에 익숙한 사람과 서투른 사람이 한데 뒤섞인다. 하지만 금세 조화는 이루어진다. 일부 빼고는 모두가 실력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처음 보는 얼굴, 낯선 동작 속에서도 서로가 선생님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간다. 스텝이 눈에 보이고 동작이 익혀지려면 경험상 2주 정도는 꾸준히 해야 한다. 2주가 지나면 반복적인 동작과 기본 스텝 이름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린다. 물론 완전한 습득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선생님이 참 감사하다, 무리하지 마라, 아프지 마라. 바른 자세로 하지 않으면 다친다. 선생님은 수시로 회원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기분 좋은 잔소리를 한다. 회원들을 위해 정성 들여 새로운 동작을 만들고, 귀한 시간을 들여서 동영상 제작도 한다. 힘이 들 법도 한데 운동하는 시간 내내 유쾌하게 즐기는 선생님을 보면서 에너지를 얻어 나와 회원들도 신나게 몸을 움직인다.
댄스에 초보인 내가 이렇게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은 복 받았다고 생각한다. 내일은 또 어떤 새로운 음악과 동작을 선보일지 궁금해진다. 선생님의 지도하에 열심히 노력해서 나날이 건강해지는 나를 발견하고 싶다. 내가 생활체조를 꾸준히 하는 것은 날씬해지기 위함이 아니라 근력을 키워서 건강해지기 위함이다. 건강을 유지하면 하루하루가 즐겁고 활력이 넘친다. 매일 하는 기본 체조 노랫말이 귓가가 맴돈다. 오늘도 건강하게~ 오늘도 건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