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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를 아는 사람 Sep 07. 2022

당신의 걸음을 따라




이른 아침, 당신과 나는

산을 찾아 산새들 노랫소리에

우리의 발걸음을 살짝 얹습니다.

난 아닐 거라 했지만, 당신은

우리의 발자국 소리를 숲이 좋아할 거라 합니다.

산새 소리에 발자국 소리가 하나 되면

고요한 숲이 반가워할 거라 합니다.

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느릿느릿 산길을 걸어봅니다.


당신은 왜 그런지 곧고 빠른 길 대신

오른쪽으로 휘어서 걷고,

다시 직선 길을 지나치더니

왼쪽으로 휘어서 걸어갑니다.

당신의 걸음을 뒤따라 걷습니다.

천천히 걸으면 천천히 걷고

숨차게 걸으면 숨차게 라갑니다.

촉촉이 젖은 흙길을 걸으면 흙길을 걷고

부러져 떨어진 나뭇조각을 밟으면

나도 따라 밟아 봅니다.

바사삭하고 같은 소리가 납니다.

 

고개 들어 하늘을 찌를 듯이 곧고 높 자란

나무를 우러러봅니다.

위로 자란 나무와 다르게

바닥에 도드라진 뿌리는

얽히고설킨 채로 길바닥에 누워서

우리의 길을 막습니다.

툭툭 불거져 나온 뿌리는

남의 뿌리 위에 자기 뿌리를 얹고,

자기 뿌리 위에 남의 뿌리도 지나가게 놔둡니다.


나무들은 압니다.

자연은 혼자 사는 것보다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힘을 나누고 합치면

나무의 뿌리는 더 강해진다는 걸 압니다.

뿌리를 숨기지 않고 밖으로 드러내

사람들의 발 밑에서 더 단단해집니다.


사람 키의 몇 배가 되는 곧은 나무지만,

큰 비가 내려도 거센 바람이 불어도 끄덕 없습니다.

나무에겐 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무는 절대 약하지 않습니다.

제자리를 단단히 지키고 있습니다.


당신과 나무는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성격 급한 당신이지만,

숲에선 걸음도, 말투도 느긋해집니다.

나무를 부둥켜안고 나무의 진한 향을 맡아보는 당신

그럴 때 당신은, 어린아이 같습니다.

당신에게서도 나무향이 납니다.

당신의 걸음에서도 언제나 한결같은 풋풋한 향이 납니다.


나무에 뿌리가 있듯,

나에게 당신은 뿌리이자

나에게 당신은 나무를 품은 숲입니다.

당신은 지친 나를 편안하게 쉬어가게 합니다.

당신은 언제나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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