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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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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를 아는 사람 Sep 21. 2022

텅 빈 마음 채우기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내려다보는 것은 순간 모든 것이 내 안에 들어온 것처럼 꽉 들어찬다. 전날 내린 비로 뻑 젖은 나뭇잎이 좋고, 아는 이의 모습이라도 그 경 속에 들어오면 뒤꿈치를 들게 된다. 들리지도 않을 목소리로 그 사람 이름 눈으로 부르고 눈으로 지워 본다. 쫙 펼쳐진 자연 속에서 인간의 움직임은 아주 작게만 보인다.


낮은 곳에서는 보이지 않던 광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면 마음은 갈 곳 잃은 이방인처럼 노래를 찾는다. 가을을 알리는 선선한 바람 따라 잊고 지내던 가을 노래가 되살아난다. 덥다 덥다 외치던 무더위도 선선한 가을바람 앞에선 맥을 못 추린다. 가을이 품고 있는 오색빛깔 아름다움을 서서히 엿볼 시간이 가까워졌음을 짐작케 한다.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힘없는 마음에 힘을 불어넣는다.


다시금 계절은 순차적으로 바뀌어가고 마음도 그  길 따라 고이지 않고 흘러간다. 고이지 않고 흐름을 타는 것은 상하지 않고 오래 보존된다. 아무쪼록 어르고 얼러서 마음을 물결치게 만들어야 한다. 동작에 동작을 더한 마음들이 모이면 없던 것도  있게 만들 수 있다. 마음. 실컷 물결치도록 내버려 두려 한다. 언젠가는 다시 잔잔함을 되찾는 시기가 오겠지. 그날이 언제일지는 몰라도. 온다. 오고야 만다. 그때를 기다리는 마음 되어 본다.


하루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질 때쯤 여태 채워지지 않던 마음이 채움을 위한 준비를 한다. 일주일여 딛지 못한 잔디밭에 발을 살포시 얹어 본다. 아, 얼마나 좋은지. 신발을 거쳐 발바닥에 느껴지는 편안함과 푹신함이 마음 설레게 한다. 그랬다. 난 이곳이 몹시도 그리웠다. 이제야 살 것 같다. 한 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힘을 불어넣는 움직임으로 꽉 채웠다. 쉼도 중요하고 약도 중요 하지만, 지친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것 중에 운동이 최고인 것 같다.


온전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휘청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잔디광장으로 나오길 잘했다. 익숙한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불끈 솟구쳐  오른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폴짝폴짝 뛰는 내가 신통방통 하다. 축 처진 어깨, 힘없는 몸 근육, 마음 근육 오늘로 다시 제자리를 잡는다. 이제야 살 것 같다. 마음. 생각의 열쇠로 환하게 릴 준비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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