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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를 아는 사람 Jul 26. 2023

구두를 신을 때와, 운동화를 신을 때

딱딱딱 걸음을 걸을 때마다 구두굽이 소리를 낸다. 평길 보다는 계단에서 더 소리가 요란하다. 오르막보다는 내리막 계단에서 더. 뒤꿈치를 살짝 들어 본다. 여전히 구두굽에서 소리가 난다. 사뿐히 걸어봐도 소리가 난다. 소리가 날 때마다 발에 힘을 빼보려 하지만, 그때마다 몸에 힘이 들어가 더 요란한 소리가 난다. 발걸음이 자꾸 신경 쓰인다.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구두를 샀다. 굽이 낮고 발 볼에 딱 맞아서 편하다. 구두는 큰딸이 생일 선물로 사 준거다. 무난한 검은색이라 더 자주 신는다. 구두를 신으면 옷차림에 신경이 쓰인다. 평소의 씩씩한 걸음과 다르게 걸음걸이가 덩달아 조심스러워지고 얌전한 사람이 된다.


걷는다. 뒤꿈치 딛고 앞, 뒤꿈치 딛고 앞. 생활체조 시간에 선생님이 자주 얘기하던 걸음걸이. 뒤꿈치를 먼저 딛고 걸어야 건강에 좋다고 다. 구두를 신으니까 걸음걸이에 신경이 쓰인다. 운동화를 신을 땐 그냥 신고 그냥 걸었지 걸음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구두는 신경이 쓰이는 신발이다. 가족들은 나에게 '팔자걸음 좀 고치세요. 치마 입고 걸을 때 진짜 별로'라고 그런다. 운동 전문가도 말한다.'걸음걸이를 보고 건강을 체크할 수 있어요. 팔자걸음은 고관절에 이상이 생겨서 그럴 수도 있거든요' 그렇다. 팔자걸음을 고쳐서 바른 걸음걸이를 걷도록 해야겠다.


어느 날부터 활동하기 편한 걸 찾다 보니 날이 갈수록 청바지와 운동복, '운동화의 숫자가 늘어난다. 결혼하기 전에는 구두를 자주 신었으나 결혼 후에는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에만 가끔 구두를 신는다. 구두를 신은 날은 발이 아파서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기 때문에 자주 신지는 않는다. 구두 하면 예쁘다는 생각보다 불편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어정쩡한 자세와 통증 때문에 빨리 벗고 싶어 진다. 그런 내가 최근 구두를 자주 신다 보니 구두도 잘 고르면 발이 아프지 않장시간 잘 신을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디자인과 색상도 중요 하지만 무엇보다 발 편한 게 최고다.


오늘은 오랜만에 다시 운동화를 신고 청바지를 입는다. 키가 줄어든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익숙하고 편하면서 새로운  지금. 걸음걸이가 다르고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몸에서 힘을 뺀다. 모든 것이 가볍게 느껴진다. 신발과 바지만 바꿨을 뿐인데 역시 기분 전환에 이만한 것이 없다. 딱딱딱 멀리서도 나의 존재를 알리던 구두 굽소리. 시선을 끌어서 약간 부담스러웠던 굽소리를 멈추고 조용히 출근을 한다. 구두는 구두라서 좋고 운동화는 운동화라서 좋다. 운동화처럼 편한 구두를 신고 적당히 가벼운 걸음으로 외출하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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