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점에서 잠깐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다. 카운터에서 손님 물건을 계산하고 있는데, 그 손님이 '선물입니다'하며 책 한 권을 준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랐지만 자연스럽게 책 표지에 눈길이 먼저 간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다. 찰나에 드는 생각. '근데 왜 이 책을 나에게 주지? 아는 사람도 아닌데. 이상하네' 하는 생각까지 했을 때, 손님이 말한다. '내가 쓴 책인데 읽어봐요' '아~ 달라고 안 했는데, 갖고 싶다고 안 했는데' 사양할 겨를도 없이 내 손에 들어온 책 한 권.
퇴근 후 집에서 읽어 본다. 무슨 책이든 책은 표지를 들춰 봐서 지은이와 책을 쓴 의도, 목차까지는 봐야 된다는 것이 평소 나의 생각이다. 내지 몇 장까지 읽다가 책을 덮는다. 책 내용 대부분은 개인적인 내용으로 일기에 가깝고 재미가 없다.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다. 혹시 내가 책을 쓴다면 독자들의 반응이 이럴까? 이 분이 책을 쓴 이유가 뭘까?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이 책을 나눠주는 이유는?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그건 바로 인정받고 싶은 심리가 아닐까 싶다. 자기가 살아온 삶에 대한 긍지와 함께 '나, 이 정도 노력하며 살았으면 된 거 아닌가!' 하는 뿌듯함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심리.
스스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책을 낸다. 자의든 타의든 책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알려진다. 어떻게 살았건 자기가 살아온 삶에 예쁜 포장을 씌우면 모든 삶이 더 멋지게 보인다.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거나, 성공으로 향하고 있는 사람들도 '성공하면 꼭 나의 책을 쓸 거야! 그런 날이 온다니까!' 하며 기대를 가진다. 개개인의 삶은 다양한 색을 지니고 그만의 멋이 있다. 어떤 삶이 더 나은 삶이라 단정 짓기는 힘들지만, 삶은 만들 수도 유추할 수도 없기 때문에 그 자체로 신비하고 아름답다.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자기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여 책을 낸다. 책을 내면 평범한 사람도 그때부터 출간작가가 된다.
평소에 글을 꾸준히 쓰는 사람들 중에는 실력 있는 숨은 작가들이 많다. 아직 빛을 보지 못해 아쉬운 그들이지만. 잠재적 작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기에 작가를 꿈꾸는 것이 아닐까. 가수에게 연습생 시절이 있듯이 작가를 꿈꾸며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자칭 작가지망생들이 있다. 작가지망생(작가가 되기 위해서 글 쓰는 일을 배우는 사람)? 작가지망생들은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고 다듬고 포장해서 좋은 이야기 한 편을 선보일까 늘 고민한다. 이러한 과정 중에는 정형화된 틀의 테두리 밖에서 자유롭게 다양한 소재와 방법으로 글 쓰는 습관을 들인다.
작가는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이고, 작가지망생은 그 예술품이 되기 전 단계에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맞을까. 실제 작가는 꾸준하게 글을 쓰는 사람을 그렇게 불러야 되는 것이 아닐까. 어떤 날. 작가로 탄생하는 그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작가, 그들이 책만 출간하면 그날부터 순식간에 작가로 바뀌는 건가. 작가를 꿈꾸는 무수한 사람들이 전문 작가 되기가 그렇게 쉬울까? 작가가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글이 갑자기 잘 써지면서 멋진 작품이 나올까?. 그렇진 않을 것 같다. 어쩌면 이런저런 이유로 다듬어지지 않아 거칠고, 문맥이 맞지 않고 문장이 뒤바뀌더라도 작가지망생 때의 글이 더 생생하고 자유로울 수 있다는 뜻이다. 작가지망생인 나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어떤 문장은 생각을 뛰어넘어 머리에서 손 끝으로 바로 전해져 나를 놀라게 하지만, 글은 쓰면 쓸수록 잘 쓰고 싶은 마음에 조심스럽고 어렵게 느껴진다.
나는 이 순간 어떤 이유로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 하고 싶은 말이 그렇게나 많은가. 쓰지 않으면 쓰고 싶고, 쓰고 나면 낯 뜨거워짐의 반복반복. 글로서 마음 구석진 곳에 숨어 지내는 속마음을 드러내는 행위일까? 일상과 속마음 사이의 트러블인가. 처음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적을 수 있어서 마냥 좋았는데, 언제부터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지? 나는 왜 작가가 되려고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왜, 작가가 되려고 하는 거지?'라고. 나 또한 다른 사람들처럼 열심히 살아온 나의 흔적을 남겨야만 인생 숙제를 다한 것처럼 느끼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