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화가 된다 싶었다. 아주 잠깐. 식탁에 마주 앉아서. 다시 시작된 언쟁은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라'로 시작된다. 한숨 돌리기 위해 남편이 커피를 종이컵에 한 잔 타서 준다.
남편 : 커피 한 잔 하면서 사이좋게 지내보자.
집 안이라서 우린 대화가 가장 잘 된다는 나란히 걷기는 못하지만 그 대신 창밖을 내다볼 수 있는 식탁 의자에 나란히 가깝게 앉는다. 이번엔 좀 나아지려나! 창밖을 바라보다가 시야를 가린 아파트 건물을 향해,
나나 : 앞이 탁 트여야 되는데 저 건물 때문에 많이 가려지네! 건물이 없으면 좋겠다.
남편 : 있는 건물을 어떻게 없애? 말이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라.
나나 :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럼 뭐라고 얘기해?
남편 : 건물 옆에 구름을 봐. 저 구름 참 예쁘다. 구름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이렇게 말해야지.
나나 : 그거나 그거나. 있는 건물이 사라지길 바라는 거나, 들어갈 수 없는 구름 속에 들어간다는 것이나 뭐가 달라. 둘 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얘기구만.
남편: 아니지. 비행기를 타면 구름 속으로 들어갈 수는 있잖아. 말이 될 수 있는 얘기지.
나나 : 당신이나 나나 현실적인 얘기와 비현실적인 얘기가 섞이어 모순적일 때가 있어요. 어떻게 한쪽으로만 치우쳐 살 수가 있겠어요. 그러거니 생각하고 사는 거지. 비현실적인 말을 모두 빼고 대화를 한다면 어떤 대화가 될까? 재미가 하나도 없을걸.
알지만 꼭 이렇게 콕콕 찍어서 말을 하는 남편. 어쩌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