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점이 있는 듯 없는 듯 여하튼 선은 한 곳에서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점점 폭을 넓히면서. 앞에서 보고 목을 뒤로 젖혀서 이어진 구름의 끝을 잡아볼까 싶은데. 끝이 없다. 끝없이 펼쳐진 구름이 이불처럼 포근해 보인다.
고단한 사람이 이 이불을 덮으면 쉬 잠들 것 같고, 눈물이 곧 솟구쳐 오를 것 같은 사람도 아~하고 감탄을 자아낼 것 같은 커다란 솜이불. 솜이불 하면 무거울 것 같지만 구름 솜이불은 솜사탕처럼 가볍지만 포근함으로 살짝 눌러 줄 것만 같다.
가을은 또 이렇게 하늘을 우러러보게 만든다. 지난해에도 가을이라는 계절은 있었고 내년에도 있겠지만 상황이 각자 다르니 다 같은 가을이 아니다. 낙엽은 벌써 나그네가 되어 바람 따라 데굴데굴 굴러 다니는데 내 마음은 아직 가을을 따가가지 못하고 뒤쳐진다. 이러다 가을의 뒤꿈치만 밟고 겨우겨우 따라가는 건 아닌지.
더디면 더딘 대로 쫓기는 내가 아니라 쫒는 내가 되고 싶다. 계절을 따라 마음에 물들이고, 인상 좋은 사람의 이미지를 배우고, 말을 아름답게 만들고 곱게 만드는 사람의 그 말을 따라 하고 싶다. 그렇게 배움을 머리에 이고 아주 찬찬히 세월과 손잡고 걸어가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꿈을 꾼다.